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할랄시장, 수출시장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할랄제품 수출 확대를 위해 할랄인증 등 지원체계를 강화해 시장 문턱을 낮추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다수의 이슬람 국가로부터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는 표준화된 할랄인증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할랄 소비재 수출시장 현황 및 수출 확대 방안’ 보고서는 “이슬람권 수출시장은 높은 성장성을 지난 매력적인 시장이며 할랄인증은 성공적인 이슬람 수출을 위한 첫 단추이자 소비자 신뢰를 지키는 든든한 보호 장치”라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할랄산업 규모가 2018년 2조2000억 달러에서 2024년 3조2000억 달러로 연평균 6.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할랄산업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식품 부분은 2024년 2조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3조2000억 달러…연평균 6.2% 성장 할랄산업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국 중 우리나라 수출액이 가장 높은 곳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UAE 등이 꼽힌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6000만명으로 시장이 크고, 전세계 대비 GDP 비중이 2.6%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기대성장률이 7.8%로 아세안 10개국 중 가장 높으며, UAE는 국민소득이 1인당 3만9179달러로 높은 구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3국 모두 소비재 수입 수요가 총수입 대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할랄 소비재 수출국으로 유망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UAE 소비재 수입은 연평균 각각 5.8%, 2.7%, 5.0% 증가했다.

이처럼 할랄시장의 높은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기업의 할랄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은 시장 진출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소비자가 인구의 87%를 차지한다. 또, 도시화로 생활수준이 높아져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견과류 기업 길림양행은 인도네시아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견과류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허니버터아몬드’, ‘와사비맛아몬드’ 등을 수출해 건강한 간식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새롭고 독특한 맛을 경험하고자 하는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길림양행은 2018년 연매출 1400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9000t 분량의 아몬드를 가공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1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스킨케어와 헤어케어 제품은 천연성분을 활용한 할랄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두리화장품은 인도네시아에서 헤어트리트먼트 수요가 높다는 점에 주목해, 천연한방 원료를 활용한 댕기머리 제품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도시화로 인한 생활양식의 급격한 변화로 각종 질환이 증가함에 따라 의약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2012년 인도네시아 기업 인피온과 현지 합작법인인 ‘대웅인피온’을 설립했다. 대웅인피온은 적혈구 생성인자 제제인 ‘에포디온’을 2016년 인도네시아 식약청으로부터 판매허가를 취득하고 2017년 4월 인도네시아 발매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40%로 1위를 달성했다.

◇말레이시아=말레이시아는 바쁜 생활패턴으로 식생활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한편, 건강을 생각한 유기농 제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 추세다. 신세계푸드는 2017년 말 말레이시아 식품업체인 ‘마미더블데커’와 합작법인 ‘신세계마미’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현지공략에 나섰다. 말레이시아에 출시한 대박라면은 ‘JAKIM’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지난해 6월까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총 1040만개를 판매했으며, 향후 미국,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총 12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화장품 분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마케팅과 온라인 채널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안티에이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더페이스샵은 2019년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샤알람·패낭 등 여러 도시의 주요 쇼핑몰을 순회하며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큰 관심을 받았다. 더페이스샵은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이 화장품의 색감, 질감, 향 등을 테스트해 볼 수 있고 점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해 체험형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인기를 얻고 있다.

말레이시아 의약품 시장은 노인인구 증가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지속 성장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인 팬젠은 2019년 빈혈 치료제인 ‘에리사’를 말레이시아 국영 제약사인 듀오파마를 통해 출시했다. 에리사는 향후 3년간 말레이시아 국영 의료기관 등에 독점 공급될 예정이다. 또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주요 아세안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품목허가 신청을 마친 상태다.

◇UAE=비만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되면서 무설탕, 저지방 제품과 건강을 고려한 프리미엄 식품, 식단 배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풍기인삼농협은 2012년 미국을 시작으로 홍삼 수출을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중동시장 개척을 위해 국내 최초로 홍삼제품 5개 품목에 대해 UAE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풍기인삼농협은 2019년 수출 500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현재 14개국에 홍삼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코로나19로 자유로운 매장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뷰티박스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유뷰트’, ‘룩판타스틱’ 등 소비자의 피부타입, 스킨케어 스타일 등에 따라 화장품을 선별해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뷰티박스 구독 서비스가 인기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환자 증가에 따라 처방의약품 시장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제네릭 의약품 보다는 고가의 특허 의약품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이다. 한국팜비오는 지난해 5월 췌장염 치료제인 호이콜정을 UAE에 긴급 수출하면서 중동시장에 진출했다. 한국팜비오는 UAE 긴급 수출을 통해 자사 브랜드를 현지에 알리는 기회를 얻는 한편, 의약품 유통업체인 TADAS사와의 협력을 통해 향후 중동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보고서는 국내 할랄인증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슬람 국가와의 교차인증을 확대하고, 인증시스템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등이 발급한 국내 할랄인증이 인도네시아, UAE 등 이슬람 국가들과 교차 인증되는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할랄인증 기관을 육성하는 한편 다수의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동시에 인정받는 할랄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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