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남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부유세 논의에 불이 붙었다. 한국에서도 뒤늦게 부유세와 코로나 이익공유제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K자 경제회복, 다른 말로 코로나발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상생 논의는 피할 수 없는 주제가 됐다. 상생의 원칙을 잘 살려내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될 필요가 있겠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의회는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부유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에서는 경제학자들이 만든 연구기관인 부유세위원회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한 부유세 신설을 주창하고 나섰다. 독일과 미국 등지에서도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유세는 통상 일정 이상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추가 과세를 하거나 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정의당이 발의한 특별재난연대세 역시 마찬가지다.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 개정안은 코로나 이전 해보다 소득이 크게 증가한 경우 증가한 소득에 대해 한시적으로 과세하는 법안이다.

장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서 “최근 코로나19로 악화된 경제적 불평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으나 그 고통은 사회·경제적 약자가 더 부담하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실제로 관광이나 외식 등 서비스산업은 거리두기로 인해 직접적인 손실을 보는 반면, 비대면 활성화로 인해 코로나 이전보다 실적이 좋아진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K자 경기와 그로 인한 양극화를 우려하며, 한시적으로 세금을 걷어 재난관리기금과 고용보험기금에 적립하자고 사용처도 정했다.

어떤 방향이건 코로나19발 경제위기로 큰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은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와 여당은 그러나 증세 요구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코로나 이익공유제라는 아이디어를 내놨는데,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1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어려울 때는 서로 좀 힘을 보태는 그런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이익공유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저는 자발적으로 해야 된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익공유제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니, 증세 논의와는 거리가 더욱 멀어 보인다.

어떤 방향이건 코로나19발 경제위기로 큰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은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K자형 경기회복, 즉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코로나 극복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경제와 방역 두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전투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유세나 이익공유제는 물론이고 임대료부담 완화, 금융부담 완화, 직접적인 소득지원 등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보호에 필요한 각종 정책들을 적극 논의할 때다. 방법론을 놓고 논쟁을 길게 벌이기 보다는 상생의 원칙을 살리는 방향으로 잡아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방역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사는 길이야말로 진정 코로나를 극복하는 길이라는 점, 그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길 바란다. 상생의 정신이야말로, 양극화를 막는 효과를 발휘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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