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상품을 영구적으로 소유하기 보다는, 제품을 구독해 경험하는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를 말하는데,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 소유하는 것이 아닌 정기적·지속적으로 비용을 선지불해 서비스나 제품 경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전통적 구독경제인 신문·잡지 등의 경우 생산자가 직접 상품을 개발하는 반면, 새롭게 등장한 구독경제는 사업의 상당부분이 소비자와 생산기업의 중개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 제품이라도 뛰어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면, 구독서비스로 성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구독서비스가 발달한 미국시장의 경우, 제품 다양화와 고급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배성봉 코트라 미국 시카고무역관은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미국 구독경제 시장현황과 활용방안 보고서’에서 “우리 기업이 미국 구독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밀레니얼의 소비트렌드 성장에 맞춘 상품을 출시할 필요가 있다”며, “제품이나 서비스 이용에 있어 경험과 가치에 의미를 둔 구독서비스여야 하며, 가격부담이 없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배성봉 무역관은 코로나19 이후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이 영업을 중단하고 거의 모든 구매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온라인 구매에 익숙해지는 소비자로 인해 미국 구독경제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조사기관 MGI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465억4000만 달러(약 51조원),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5300억 달러(약 582조원)에 이른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제품·서비스에 따라 다양한 구독서비스 형태 존재

보고서는 구독서비스를 ▲구독상자 ▲멤버십 ▲미디어 및 스트리밍 구독서비스 ▲소프트웨어 구독 등으로 분류했다.

◇구독상자=특정한 테마로 묶인 제품들을 상자에 담아 소비자에게 배송해주는 형태다. 2018년 기준 전세계 7000여개의 구독박스 업체가 성업중이며 이중 70%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내 1850만명 이상이 구독상자를 이용하고 있고, 이중 35%가 세가지 이상의 구독상자를 이용하고 있으며, 50%는 두 가지 이상의 구독박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상자에는 식료품·취미·뷰티·여성관련제품 등이 있다. 주요 서비스 기업으로는 환경을 보존하고 신선한 재료와 육류를 사용한 밀키트 구독박스 배송업체인 블루에이프런, 고객이 입력한 데이터에 따라 스타일리스트가 추천해준 제품을 고객에게 구독박스로 전달하는 스티치픽스, 월 1달러에 양날 면도기 1개와 5개의 면도날 등을 구독박스로 배송하는 달러 셰이브 클럽 등이 있다.

◇멤버십=멤버십 구독서비스는 회원료를 정기적으로 지불함으로써 소비자가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멤버십 결제방식이 다양화돼 일정기간 고정형 멤버십, 자동 재가입형 멤버십, 멤버십 이용료 할부제도 등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 멤버십은 고객 선호도 조사 및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고 멤버십 미이용 고객에 대해서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떤 상품을 구매할 지 알고리즘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멤버십 전자상거래 업체로는 아마존 프라임이 있다. 미국인 1억20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으며, 1년 멤버십 이용료는 119달러로, 아마존 프라임 구독고객이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아마존에서 4배 이상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유튜브는 멤버십 유료이용시 유튜브 영상 중간에 광고없이 시청가능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 없체 우버는 월 3만원 가량의 구독료로 우버 이용시 요금할인, 음식 무료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디어 및 스트리밍 구독서비스=미디어 및 스트리밍 구독서비스는 인터넷 방송 영화 음원 출판물 등 디지털 미디어 스트리밍을 제공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구독서비스 고객의 45% 이상이 스트리밍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로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Hulu,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 등이 있다. 비디오 스트리밍 외에도 출판물이나 뉴스 구독서비스도 성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주간지 타임지는 290만 디지털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털 구독료로 연간 10억 달러를 창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구독서비스=소프트웨어 구독서비스는 CD 등 기존의 물리적 매체를 통한 소프트웨어 구매가 아닌 클라우드 또는 다운로드 등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제공하는 구독서비스를 말한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원격근무 원격교육이 확산하면서 소프트웨어 구독서비스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내 사회적 거리두기 운영지역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의 수요가 7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구독서비스 제공업체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제공하는 어도비가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정기구독을 통해 온라인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오라클은 월단위 구독으로 클라우드 환경용 자바 사용 라이선스 및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인지도 낮은 중소기업 제품이라도 품질로 승부 가능

배 무역관은 미국 소비자들은 품질과 가격을 중시하는 합리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 제품이라도 뛰어난 성능을 보유했다면 성공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식품·생활용품 등의 분야에서 구독상자 수요가 많으므로, 제품 다양화·고급화 등을 통해 현지 사정에 적합한 시장 진입전략이 필요하다.

간편조리식품 진출도 유망하다. 약 57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냉동식품 시장 고객은 간편조리식품 구독서비스의 잠재적 고객이다. 구독서비스 주요 소비자층인 젊은 세대, 맞벌이 부부, 직장인 등은 냉동식품 시장 성장을 견인했으며, 앞으로 밀키트 구독서비스 시장의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내 한식에 대한 관심도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간편 조리식품은 시장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 무역관은 미국시장 진출 시 수출과 납품 개시에 앞서 품목별 필수인증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내 유명 뷰티 구독상자에 사용되는 화장품 납품을 위해서는 기능·성분·사용처에 따라 FDA 등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FDA 승인 없이 의학적인 효과나 개선에 대한 광고를 할 수 없으며 제품 레이블에 기재 또한 불가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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