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지 이미 오래됐다. 특권이 돼 버린 기자단 시스템 특히 지난해 검찰개혁 요구가 들끓던 시기, 법조기자단의 카르텔이 공론화되면서 언론은 검찰에 이은 개혁대상으로 떠올랐다.

정치적 목적 혹은 언론사의 이익을 위해 진실에 눈감은 허위보도를 일삼거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 장사를 하는 일부 매체에 대한 피로감도 극에 달했다. 윤리를 지키지 못한 기자들에게는 ‘기레기’, ‘기더기’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진다.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공저널리즘의 구현을 위한 윤리헌장 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따라, 언론계는 ‘언론윤리헌장’ 제정을 추진해왔고,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언론윤리헌장’을 제정하고 19일 이를 선포한다.

이미 각종 언론사들과 언론단체들은 독자적인 윤리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언론윤리헌장은 특정 매체의 종류와 규모, 이념적 경향성과 관계없이 언론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하고 실천해야 할 포괄적이고 보편적 윤리 원칙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해외의 언론윤리규정이 예외없이 진실추구를 제1원칙으로 앞세우는 반면, 국내 언론윤리규정은 언론자유수호를 제일 먼저 천명하고 있다. 과거 독재, 권위주의 정권에서 공공연히 자행된 언론탄압으로부터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확보하는 것은 절박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이번 언론윤리헌장은 “진실을 추구한다”를 제1원칙으로 정했다. “사실을 부정하고 믿고 싶은 바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진실 추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한다. 모든 정보를 성실하게 검증하고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한다. 취재원 발언을 정확히 인용하며 발언 취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한다.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고, 의도와 기술방식이 진실을 가리지 않도록 양심에 따라 보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실을 추구한다 ▲투명하게 보도하고 책임있게 설명한다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 ▲공정하게 보도한다 ▲독립적으로 보도한다 등 언론윤리헌장이 명시한 언론인의 주요 과제는 누구나 알고 있고 언론인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덕목이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가벼이 치부돼 온 덕목들이기도 하다.

그 결과,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라는 명분을 방패삼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언론의 행태들이 지속적으로 비난받아왔다. 취재과정에서 도가 넘는 사생활 침해, 이익집단과의 유착, 편파적인 보도, 진영논리에 빠져 갈등을 극대화한 행태 등은 언론개혁의 1순위인 것이다.

최근에는 1인미디어의 시장이 커지고 조회수에 따른 광고수익을 노리는 유튜버들이 등장하면서, 각종 가짜뉴스와 사회적 폐해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 중소 언론사 만큼의 파급력과 확산력을 가진 유튜버의 윤리기준 또한 엄격히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언론윤리헌장 보칙에서는 “이 헌장은 개인과 단체, 조직 등 모든 언론 활동 종사자를 위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언론과 기자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 대중을 향한 말 한마디, 글 한줄이 갖는 파급력과 그에 따른 영향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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