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은 이재용 부회장 판결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18일 파기환송심 선거공판에 출석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18일 “삼성물산의 직원은 단 10억 횡령한 걸로 징역 4년을 받았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에 대해 “86억을 횡령해서 뇌물로 줬는데도 불구하고 2년6개월밖에 (선고를)안 했으니까 이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는데 평등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소장은 이날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은 데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가 이뤄지면서 기소가 이뤄졌고 또 그 과정에서 증거인멸 행위가 이루어졌는데, 그 증거인멸로 인해서 처벌 받은 사람이 다시 현직에 복귀하는 일”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때문에 “정준영 부장판사 입장에서도 준법감시위원회를 이유로 집행유예를 판결하기가 너무 어려워진 것”이란 해석이다.

김기식 소장과 마찬가지로 시민단체들 역시 이재용 부회장 판결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은 판결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들, “솜방망이 처벌” 반발=경실련은 선고 직후 낸 논평에서 “적극적 뇌물공여였다는 대법원의 취지와 모순되게 양형 결정에서는 소극적 뇌물공여였음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는데, 대법원의 유죄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또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의 효력이 미미하다고 하였음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준법경영의지를 높이 판단하는 등 모순된 논리”를 펼쳐 1심의 5년형에도 못 미치는 형량을 적용했다며 “특검은 즉시 재상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와 전문심리위의 평가가 감형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법리가 향후 유사 사례에 적용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음을 우려한다”며, “사법부에서는 향후 재벌 총수 개인범죄에 대해 이런 작위적 논리를 적용하지 않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 역시 18일 논평을 내고 “재판부는 여전히 이 사건을 정경유착이라는 쌍방의 범죄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한 것이라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초에 양형판단을 하고 있다”며, “원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 잘못된 준법위 적용을 고수하며 양형제도를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또 대법원에서 86억원 상당의 뇌물 및 횡령액을 인정받아 최대 무기징역에도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범죄가 우리 경제질서에 미친 영향과 기업을 동원한 범죄행위의 중대성과 반복성, 국정농단과 탄핵으로 야기되었던 사회적 혼란, 대법원의 파기환송취지 등을 감안하면 2년6개월의 징역형은 매우 부당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사법부에 “준법감시위원회 등 양형적용의 기준이 자의적으로, 총수일가에게만 유리하게 집행되지 않도록 명확히 하고 재벌총수일가의 반복적인 불법행위와 정경유착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하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행유예 아닌 판결 의미 커” 해석도=반면, 재벌총수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은 데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은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실은 집행유예 나오겠구나”라고 예상했다며, 집행유예없는 실형 선고에 대해 “법앞에 평등이란 상식과 공정의 작은 실현, 이렇게 볼 수 있다. 이 판결이 지닌 의미가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는 “형량이 작다. 불만이다”고 동의하면서도, “사전에 노력하고 또 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사위원 들어가셨던 홍순탁 회계사 이런 분들도 노력하고 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 상식을 재판부 특권이 뛰어넘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재상고할지에 대해서는 “해봐야 별 의미 없는 일”이라고 전망했다. “뇌물을 준 이유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인데 핵심 본론은 불법 합병”이었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그 재판이 이제 시작된다. 오히려 그 재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걸 변호사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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