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불평등 사회 대안과 쟁점: 기본소득vs기본자산 토론회’에서 좌장 및 발제, 토론을 맡은 담당자들. 왼쪽부터 백승호 가톨릭대교수(좌장),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서정희 군산대교수,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김만권 경희대교수<사진=용혜원 의원실>

김만권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소병훈·허영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이 28일 공동주최한 ‘불평등 사회 대안과 쟁점:기본소득 vs 기본자산 토론회’에서, 노동 외의 또 다른 분배기준이 필요한 시점이고 사회안전망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생애주기자본금’을 제안했다.

◇‘기본자산’이 불평등 해소에 더 효과적=기본소득이 기본적인 소비력을 안정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분배대안이라면, 기본자산은 일정한 목돈인 사회적 상속을 통해 모두에게 단 한번이라도 자신의 인생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대안이다.

김만권 교수는 불평등 해소 차원에서, 기본자산이 기본소득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기본자산이 계층 이동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소위 ‘수저론’, ‘헬조선’, ‘노오력’ 담론의 중심에는 물려받은 자산의 가치가 만들어내는 사회계층의 고착화라는 문제가 담겨있다. 자산 불평등이 계층이동에 커다란 장벽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사회 전반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감성이다. 한국리서치의 2018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계층상승의 기회가 닫혀있다’는 의견이 73%였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 80%, 30대에서 74%, 50대에서 73%, 60대에서 66%로 나타났다. 젊을수록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해 좌절감을 표현하고 있으며, 전 세대에 걸쳐 계층이동이 가로막혀 있다는 현실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김 교수는 기본소득이 개인에게 지속적으로 최소한의 소비력을 줄 수 있지만, 한 개인이 설계한 인생을 실행할 힘을 주지는 못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매달 들어오는 50만원은 최소 소비력을 줄 순 있어도 인생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 자본금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본소득이 불평등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수긍하며 만들어진 순응적 대안이라면, 기본자산은 그 결과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기본자산, 기존 분배체계에서 재원 마련=재원을 마련하는데도 기본소득보다는 기본자산이 더 용이하다. 

예를 들어 녹색당이 제시한 1인당 40만원의 기본소득과, 정의당이 ‘청년사회상속제’라는 이름으로 20세에 이른 청년 1인당 3000만원씩 배당하자는 정책을 비교해보자. 녹색당 기본소득의 경우 매해 대략 24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며, 정의당 청년상속제의 경우 16조 안팎이면 충분한 재원이 된다. 기본자산의 경우 기존의 분배체계를 그대로 두고도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행과 동시에 모든 구성원이 혜택을 보는 기본소득에 비해, 기본자산의 경우 시행이후 대상 연령이 지났거나 해당 연령대의 자녀가 없는 경우 간접적으로도 혜택을 볼 수가 없다.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생애주기자본금’=김 교수는 이런 기본자산의 단점을 보완하고 대다수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생애주기자본금’을 제안했다. 생애주기자본금은 ▲매 20년 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동일한 액수의 금액을 배당하자는 것이다. 스스로 설계가 가능한 생애를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로 나누고 각 주기의 시작에 해당하는 20살, 40살, 60살에 각 생애주기를 설계할 수 있는 목돈을 주는 계획이다. 

이 제안은 아동 빈곤이 청년 빈곤으로, 청년 빈곤이 중장년 빈곤, 다시 노년 빈곤으로 이어지는 빈곤의 생애 영속성을 드러내는 실제 통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구성원들은 생애주기자본금을 통해 각 주기별로 빈곤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게나마 새로운 인생설계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누릴 수 있다.

김 교수는 “영국의 기본자산 정책인 아동신탁기금의 경우 국민들의 상당한 지지를 얻었음에도 노동당의 플래그십 정책이라는 이유로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사실상 폐기해버린 경험이 있다”며, “제도의 지속성을 위해 좌·우파를 넘어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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