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1’, acrylic on canvas, 2020.

Q.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달라.

저는 미화된 기억의 오류를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내심 불편했지만 참았던 감정을 끄집어 내어 추억 속에서 내재돼 있던 감정의 불완전함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어요.

Q. 억압된 개인이나 사회를 작품 속에 드러내고 있는데, 이와 같은 주제를 다루게 된 계기가 있는가?

어렸을 적에 학교, 학원과 같은 단체생활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굉장한 불편함을 겪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당연하게 내가 적응해야 하는 환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색하게 느끼는 제가 유별나다고 생각하고 적응하려 굉장히 애썼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게 과연 그 어린아이들에게 맞는 환경일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 주제로 작업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Q. 자신의 작품 세계가 잘 담긴 대표작을 추천해 준다면?

‘화초’라는 작품인데요, 총 2개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남들 시선 때문에 가꿔지고 길들여져야 하는 과정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지만, 어느새 점점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저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전까지는 사진을 베이스로 응용해서 그렸다면, 이 작품을 계기로 저만의 구성으로 진솔하게 표현했던 작품이어서 제일 애착이 가요.

Q. 본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피터도이그 작가를 좋아해요. 저와 비슷하게 기억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합니다. 편안해 보이면서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이런 감정이 교차해서 그런지 그의 그림을 보면 생각에 잠기게 돼요. 제가 바라던 저의 작품을 느끼는 관람객의 모습이기도 하죠.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피터도이그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Q. 감상자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제 작품을 본 관객들이 스스로가 경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 가지고 있었던 감정을 다시 느끼기를 바랍니다. 공감이라는 단어는 내가 경험하고 느꼈기 때문에 나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공감에서 그치지 않고 잠시 머물러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건, 장면, 냄새까지도 반추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기억’, oil on canvas, 2019.

Q. 표현에 있어 선호하는 재료가 있는가? 있다면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재료는 유화입니다. 유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같은 색이어도 그 색에서 느껴지는 기분과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에요. 유화는 덧칠하면 덧칠할수록 그 깊이가 더 배가 되어 다가오고,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공들인 작품일수록 그 깊이도 온전하게 드러나죠.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이전까지는 만든 작품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작업을 했지만, 앞으로는 관객 참여형 설치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제가 만든 작품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감각함으로써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럼으로써 작품을 그냥 보는 것보다 더 와닿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올해 전시가 잡힌다면 관객 참여형 작품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Q. 작가로서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작업의 아이덴티티가 저의 큰 고민입니다. 저만의 색감, 아이덴티티가 분명 존재한다고들 하지만, 저의 만족도로는 한참 부족해요. 최근 작업실에서 그리면서 내심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이 전시장에서 보았을 때,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정말 걸기 창피하다고까지 생각했었어요.

그 원인에 대해 계속 알아보고 있고, 재료 표현에 대한 다양성을 공부하는 중이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작업을 하는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크네요. 하지만 이 과정을 잘 견디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인내하며 작업하는 중입니다.

Q. 작가 홍세유의 꿈은 무엇인가?

올해의 꿈은 작품으로 저의 이름을 알리는 거예요. 자신감이 부족해서 이제까지 고민만 하고 숨어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는 좀 더 많은 플랫폼에 노출돼서 제 작품을 감상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장기적인 꿈은 시골에 작업실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그 나이에 따라 작업할 수 있는 그림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의 제가 억압된 사회를 주제로 그리는 것도 이 나이의 그러한 시기이기 때문에 그릴 수 있다고 보거든요. 나이가 들면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이 중요하죠. 그래서 나이가 들면 꼭 시골에 작업실을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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