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이통사에 갑질을 한 행위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 1000억원 규모의 상생방안을 제출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사진은 서울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 <사진=뉴시스>

애플코리아가 이동통신사에게 갑질을 한 행위에 대해, 공정위 조사를 받다 1000억원 규모의 상생방안을 내놓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동의의결이란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과거의 행위가 법 위반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애플은 지난 2019년 6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당시 공정위는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구체적으로 이통사들로부터 단말기 광고비용과 보증수리 촉진비용을 지급받은 행위, 이통사에 대해 특허권 무상라이선스 조건과 일방적인 계약해지 조항을 설정한 행위, 이통사의 단말기 소매가격 결정과 광고활동에 관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상 거래상 지위남용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임의 계약해지 등 조항 삭제=동의의결안에서 애플은 거래상대방인 이통사와의 계약에서 다음과 같은 사안을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광고기금의 적용대상 중 일부를 제외하고, 광고기금 협의 및 집행단계에서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하기로 했다. 또, 보증수리 촉진비용과 애플의 임의적인 계약해지 조항은 삭제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행 특허권 라이선스 조항 대신 계약기간 동안 특허 분쟁을 방지하면서 이통사와 신청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상호적인 메커니즘을 도입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최소 보조금 수준을 이통사의 요금할인 금액을 고려해 조정하고 미이행 시 상호협의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이해관계자 자격으로 동의의결 절차에 참여한 이통사들은, 애플의 동의의결안에 찬성하며 차후 애플과의 협의를 통해 계약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1000억원 상생지원자금 마련=행위별 시정방안과는 별도로 애플은 소비자의 후생제고와 중소사업자와의 상생 등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원의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먼저 400억원을 들여 제조분야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R&D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디벨로퍼(Developer)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지역 대학 등과 협업하며, 사회적 기업과 협업해 교육 사각지대나 공공시설에 디지털교육을 지원하는데도 350억원을 투입한다.

소비자 대상 혜택으로는, 250억원을 들여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상수리 비용을 할인하고, 애플케어플러스 서비스를 할인해 주거나 환급한다.

공정위는 아이폰 유상수리 비용과 애플케어플러스 비용은 평균적으로 각각 30만원, 20만원 수준으로 봤다. 이에 따라 10%를 할인 또는 환급할 경우, 소비자에게는 인당 2~3만원 정도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앞으로 3년간 이행 점검=동의의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공정위가 두 차례에 걸쳐 애플의 자진시정안을 사실상 반려했다.

2019년 9월과 2020년 5월 두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공정위는 동의의결의 절차를 개시한다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신청인이 제시한 동의의결 시정방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애플은 매번 시정방안을 개선해 제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수정된 안을 공정위가 받아들이면서 2020년 6월 동의의결 절차가 시작됐다.

절차 시작 이후 공정위는 60일간 검찰과 교육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았다. 검찰총장은 이견이 없음을 통보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교육부 등 다른 관계부처들은 공교육 분야 지원, 소비자 유상수리 비용 할인 등 상생지원방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3년간 애플의 이행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계법인으로 이행감시인을 선정하고, 매 반기별로 자진시정안 이행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애플이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1일당 2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동의의결이 취소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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