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코스피지수는 전영업일 대비 5.44포인트(0.27%) 내린 1990.04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5년 9개월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1010원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사진=뉴시스>

디커플링(decoupling)은 커플링(coupling, 동조화)의 반대개념으로 ‘탈동조화’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모건스탠리에서 이러한 개념으로 처음 사용한 단어로 알려져 있다. 한 나라의 경제가 특정 국가나 세계 경기와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거나 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미국의 주가가 오르는데 우리나라 주가는 내리거나 횡보하는 현상이 대표적이었다. 한 나라 경제 안에서도 ‘주가상승-환율하락’이나 ‘수출증가-소비증가’와 같은 흔히 예측되는 ‘커플링’이 일어나지 않고, 주가가 하락하는데 환율이 떨어지거나, 수출이 느는데 소비는 감소하는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디커플링에 속한다.

최근 우리 증시의 횡보를 디커플링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의가 무성하다. 지난 5일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15%로 인하하는 유동성 완화조치와 향후 추가부양책을 시사하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9일 코스피지수는 지난 6일 대비 5.44포인트(0.27%) 내린 1990.04로 장을 마쳤다. 같은 발표를 앞뒤로 미국과 독일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인도·남아공·멕시코·태국·대만 증시도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과 비교할 때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지난해부터 나타난 우리 증시와 선진국 증시 간의 디커플링이 재현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대로 신중한 해석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18일째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증시 상승흐름도 유효한데 비해, 우리 증시의 펀더멘탈이 상대적으로 허약해 상승추세가 완만하다는 것이다. 9일 지수 하락의 원인도 디커플링이 아닌 삼성그룹주 등의 차익매물 출회에 의한 것으로 선을 긋는다. 지주회사 전환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종목을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 현실성에 대한 우려로 차익매물이 대거 나와 지수가 빠졌다는 것이다.

한편 ECB의 유동성 완화조치에 따라 우리 증시에 유럽발 캐리 트레이드 머니(‘소피아 부인’)가 유입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전문가들도 많다. 유로존의 경기회복과 함께 저금리에 기댄 자금 유입으로 우리 증시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다. 참고로 일본발 캐리 자금은 ‘와타나베 부인’, 미국발은 ‘스미스 부인’, 중국계 자금은 ‘왕씨 부인’으로 불린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