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영어에서 ‘art’는 좁은 의미로는 미술을 뜻하고, 넓은 의미로는 모든 장르의 예술을 다 포괄하는 뜻으로도 쓰인다. ‘art’는 그 의미가 확장돼 기술(technique)을 뜻하기도 하는데, 연관 표현으로 ‘state of the art’ 표현이 널리 쓰인다.

이 표현은 본래 산업과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20세기 초에 누군가가 그 당시 기술 수준의 한계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In the present state of the art, this is all that can be done(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이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이다)”라고 말한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여기서 쓰인 ‘state of the art’ 표현의 맥락적 뜻이 발전해 ‘the most recent development in technology(기술에 있어서 가장 최신의 발전)’의 뜻을 나타내게 됐다. 형용사로 쓰일 때는 한국어로 ‘최첨단’의 뜻을 나타낸다. 구체적인 예로 대학이나 회사 등의 홍보 책자(brochure)에 이 표현이 잘 등장한다.

The newly-built library boasts of the state of the art facilities.

미술 하면 그림이 떠오른다. 영어에서 그림을 뜻하는 단어가 ‘picture’인데, 이 단어의 가장 중요한 은유 확대 뜻이 바로 ‘상황(situation)’이다. 미국 사람들이 일상 회화에서 널리 쓰는 표현으로 ‘get the picture’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정관사 ‘the’는 명사 ‘picture’의 앞에 위치해 화자와 청자가 처한 특정 상황을 나타내는 한정적 의미 공헌을 하고 있다. ‘get the picture’는 그 상황적 뜻을 화자와 청자가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음을 뜻한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친분이 두터운 동료가 새 직원이 좀 이상한 데가 있으니까 당분간 주의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눈치를 주었다면, 신체 은유에서 공부한 ‘nose around(조심스럽게 정보를 캐다)’와 이 표현을 함께 써서 다음과 같이 속삭이듯 은밀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Oh.. I get the picture. You want me to nose around for a while.. uh?

미술작품을 그릴 때 윤곽을 그리는 기초 그리기를 스케치(sketch)라고 한다. ‘sketch’는 영어사전에서 ‘preliminary drawing for later elaboration(정교한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서 하는 예비 그림 그리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상 영어에서 이 뜻을 은유 확대해 어떤 일을 보고하거나 발표할 때 길고 상세하게 하기보다는 짧게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한다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1분기 사업 실적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발표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I'm going to present a sketch of how we fared in the first quarter.

미술작품을 그릴 때 윤곽을 그리는 기초 그리기를 스케치(sketch)라고 한다. 일상에서 어떤 일을 보고하거나 발표할 때, 길고 상세하게 하기보다는 짧게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한다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반드시 함께 익혀야 할 표현이 있다. ‘blueprint’는 건축도면의 스케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청색도면에 설계도면의 윤곽을 그리기 때문에 이 용어를 쓰게 됐다. 이 표현은 도면에 앞으로의 건축 계획을 그린다는 의미적 초점이 은유 확대돼 요약보다는 계획의 뜻으로 잘 쓰인다. 우리말에서 ‘~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라고 말할 때 어떤 일의 초기 계획을 발표했다는 뜻으로 잘 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작년 7월에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었다. 그 당시 한국 기반 영어방송인 아리랑 뉴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영어 제목으로 뉴스 방송을 진행했었다.

President Moon unveils blueprint for Korean New Deal.

영어로 ‘mosaic’이라는 미술기법이 있다. 이것은 여러 가지 빛깔의 돌이나 유리, 금속, 조개껍데기, 타일 따위를 조각조각 붙여서 무늬나 회화를 만드는 기법이다. 미국 영어에서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 사는 하나로 융합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은유 표현으로 ‘melting pot culture’ 혹은 ‘salad bowl culture’ 등을 주로 써왔다. 반면 캐나다에서는 다민족적이고 다문화적인 국가의 지향성을 부분이 모여서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내는 모자이크에 은유해 ‘cultural mosaic’라고 표현한다. 이 언어문화적 표현 차이를 다음과 같이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

In the United States, its multicultural characteristics are captured by such a metaphorical expression as ‘melting pot culture’ or ‘salad bowl culture,’ whereas, in Canada, they prefer to use the expression ‘cultural mosaic’ to describe the harmonious mix of ethnic groups, languages, and cultures in their society.

이어서 미국 사람들이 그것이 미술과 예술에서 파생한 표현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널리 쓰는 2가지 중요한 표현이 있다. 하나는 ‘rub off on ~’ 표현이다. 이 표현은 본래 색깔을 칠한 후 문질러서 퍼지게 하는 것을 묘사한 것인데, 그 뜻을 은유 확대해 한 사람의 언행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이되거나 영향을 끼칠 때에 널리 쓴다.

예를 들어서 신입 사원이 들어왔는데 성격이 아주 좋아서 늘 웃으면서 쾌활한 태도로 일을 해서 부서를 활기차게 하고 있다면(rejunvenate)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Her frequent smiles and cheerful attitudes are rubbing off on everyone. She has rejuvenated our department.

또 다른 표현은 형용사 ‘colossal’이다. 이 표현은 본래 ‘거대한 석상’이라는 뜻의 라틴어 ‘colosseus’에서 파생한 단어로서 현대 영어에서 ‘extremely large, huge(극도로 큰, 거대한)’의 뜻으로 널리 쓰인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세계 최강국 미국이 방역에 처참하게 실패해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사회가 극도의 혼란을 겪어 오면서 미국 내외에서 신랄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미국은 전 세계 확진자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4%임), 누적 확진자는 약 45만명에 이르면서 사망자 수에 있어서 세계 부동의 1위가 된 비참한 상황이다. 뉴욕 타임즈(2020년 10월22일자)의 한 칼럼니스트는 이 참극의 가장 큰 원인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처절한 리더십 실패에서 찾고 다음과 같은 제목을 달았다.

America and the Virus: ‘A Colossal Failure of Leadership’ (중기이코노미 객원=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창봉 교수)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연초에 안 좋다가 하반기에 매출이 반등했다면
• 관련기사 ㅣ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화합할 때 ‘화음’을 쓴다
• 관련기사 ㅣ 소통·협력해 일 이뤘을 때 concerted effort
• 관련기사 ㅣ 하려던 말을 누군가 가로채듯 말할 때 ‘thunder’
• 관련기사 ㅣ 유튜브에 올려놓은 영화 예고편은 ‘movie trailer’
• 관련기사 ㅣ 협상결렬 은밀한 접촉 있을 때 ‘scene’ 쓰는 이유
• 관련기사 ㅣ YouTube는 “당신(you)이 만드는 텔레비전(tube)”
• 관련기사 ㅣ 전례 없는 규모의 수익 올렸다면 ‘to the tune of ~’
• 관련기사 ㅣ 물가상승률 높아져 화폐 구매력이 떨어졌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