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불법·부정행위, 투자사기, 불완전판매 등 사모펀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면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기업 구조조정, M&A 등의 추진과정에 영향을 미쳐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만큼 우선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국회 입법조사처가 16일 개최한 ‘금융소비자보호의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사모펀드 규제합리화 방안’ 세미나에서, 류혁선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사모펀드와 투자자 보호’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적시에 금융 투자상품을 생산·공급할 수 있는 사모제도는 벤처·혁신기업을 발굴하고 모험자본을 공급하기 위한 유용한 제도”라며, “일반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금융당국의 규제 역량을 집중해, 사모펀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정보 공개 의무가 없고, 한도 제한이 없는 ‘사모제도’

사모는 공모, 소액공모와 함께 자금조달 수단의 하나다. 50인 미만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권유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모와 달리 기업과 투자정보 공개 의무가 없고, 소액공모처럼 한도 제한도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우리나라에는 1998년 일반사모펀드가 도입되고 2004년 경영참여형(PEF) 사모펀드가 도입된 후, 2010년을 넘어서며 사모펀드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14년 87개였던 자산운용사 수는 2020년 6월 310개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264개사(85%)가 전문사모운용사다. 운용자산 규모도 2015년 200조원에서 2020년 6월 423조로 2.1배 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중소기업은 자금을 조달하는데 애를 먹는다. 미국과 EU의 경우,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사모·소액공모 등 기업 발행시장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2012년 사모 자금조달 시 공개적 투자권유를 허용하고, 소액공모 모집금액을 대폭 확대했다. EU은 투자설명서 제출이 면제되는 사모 모집경로를 다양화하고, 비상장 중소기업용 투자설명서를 신설하는 등 사모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모펀드 불법·부정행위 발생…“충실한 정보 제공 기본”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금융상품(DLF)에서 불완전판매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거나, 라임자산운용 및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등에서처럼 운용사의 부당·불법행위로 인해 중도환매 및 상환연기 사례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모펀드 성장세가 주춤하고, 대규모 상환·환매 연기 등을 계기로 사모펀드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류 교수는 사모펀드 부작용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운용사의 수익률 조작, 횡령, 부실은폐 등 불법·부정행위 ▲운용사 해외투자 관련 경험 및 역량 부족으로 인한 투자사기 ▲불완전판매 ▲투자환경 변화로 인한 투자자산 부실 ▲유동성 및 투자위험의 전이 등으로 정리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류 교수는 “사모펀드가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나 투자설명서 작성·게시·교부 의무가 면제된다는 이유로, 또는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정보 불균형을 인식한 상태에서 자기 책임하에 더 많은 수익률을 얻고자 그 위험을 감수한 상품이므로 감독당국이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판매사의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며, “하지만 사모가 불특정 대중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대중을 대상으로 투자권유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사모 또한 특정된 투자자에게는 자본시장법상 신의성실공정의무에 따라 금융투자업자가 권유대상 상품에 대한 합리적 조사를 바탕으로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투자권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신의성실에 따라 투자자가 해당 투자상품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얘기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하고, 금융사 내부통제 방안 강구를

사모펀드의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우선 금융소비자 보호법 등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감독제도를 개선해 통합정보 보고시스템을 구축하고 보고 정보의 양과 질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공모펀드와 달리 정기적으로 정보제공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사모펀드 분야에도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 펀드재산 가치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고, 펀드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외부감사 의무화 방안도 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방안도 중요하다.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의 수익성 향상이 곧 금융회사의 책무라는 인식을 갖고 합리적인 금융투자상품을 선별·판매해야 한다. 금융투자상품을 개발하는 부서는 영업실적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부서와 독립시킬 필요가 있고, 영업부서는 판매수수료가 높은 상품이 아닌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이 선정되도록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류 교수의 견해다.

류 교수는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와 관련된 사건 등은 기존 판매회사의 불완전판매와는 달리 구조적으로 투자자를 기망하는 불법행위까지 자행된 것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야 할 자본시장에 심각한 해악이 된다고 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용사의 내부통제와 책임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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