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는 헌법에 의해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마찬가지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이하’ 작가와 ‘쥐벽서’ 작가는 ‘위법한’ 행위를 하여 공용물건손상죄가 성립하였지요. 왠지 그래도 억울합니다. 낙서 예술은 원래 그런 것 아닌가요? 약간 사회 반항적인 거죠. 이런 것도 용납이 안되는 걸까요?

바로 ‘죄가 되지만 죄가 깨질 수 있는 경우’가 바로 위법성 조각의 법리입니다. 실제로 ‘쥐벽서’ 박OO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입은 지극히 적은 경제적 손실과 예술창작 또는 예술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되어야 될 가치를 비교하면 이 사건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위법성 조각사유란 무엇인가?

위법성 조각이란 무엇일까요? 위법성 조각 사유란 ‘죄가 구성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위법성이 없다고 평가되는 사유입니다. 즉 범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람직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위법성 조각의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정당방위’란 말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사람을 때리면 죄가 되지요. 그러나 만약 상대방이 칼로 찌르려고 해서 막으려고 때렸다면 정당방위가 되는 것인데요.

위법성 조각 사유에는 정당방위 말고도 ‘정당행위’라는 사유도 있습니다. 정당행위란 죄를 구성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사회질서 위반이 아니면’ 범죄로 인한 형벌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것은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포괄적으로 국가적, 사회적으로 정당시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런데 사안은 포스터에 그림을 그렸을 뿐 죄가 되는 것이 아닌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죠. 그러니 정당행위일까요?

우리 판례는 정당행위를 인정하기 위한 ‘조건’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속칭 ‘생일빵’을 한다는 명목 하에 피해자를 사망할 정도로 가격하였다면 폭행죄가 성립합니다.

특히 세 번째의 법익균형성이 핵심인데요, 균형이란 (+)a + (-)b=0의 법리입니다. 즉, 죄가 되는 행위로 인하여 + 되는 점과 – 되는 점을 더하여 0이 나오거나 오히려 +가 되면 법익이 균형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대입해 보면 그림을 그린다는 예술적인 행위는 +가 되겠죠. 그러면 포스터의 훼손은 장당 100원 정도라고 친다면 오히려 좋은 것 같습니다. 겨우 100원만 손실되었을 뿐이니까요. 그러나 법원은 포스터의 훼손이 경제적 손실이 적다고 하나 재물적 가치만을 따졌을 때 적다는 의미일 뿐 이 사건 홍보물이 갖는 홍보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결코 가치가 작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고 했습니다.

외국의 사례 

 

그림1. 빌리 바우마이스터

그림2는 뱅크시의 낙서입니다. 한 인터넷 매거진의 글(http://visla.kr/?p=3268)에 따르면 뱅크시는 영국 출신의 아티스트로 “When you go to an art gallery you are simply a tourist looking at the trophy cabinet of a few millionaires.”(갤러리에 가면 당신들은 단지 소수 백만장자들의 트로피 진열장을 바라보는 여행객일 뿐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는 예술품이 있어야 할 장소는 갤러리 안이 아닌 밖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예속된 갤러리 내 예술품들의 허상에 대한 뱅크시의 시각이 담긴 “Better Out Than In”(안보다는 밖이 낫다)의 일환으로 거리에 낙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미국도 이러한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뉴욕 경찰국은 공식적으로 뱅크시를 예술 파괴 행위로 기소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자유를 제한하는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의 개념은 “아주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한다며 국가의 존속 및 자유민주주의에 위해를 주거나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예술표현의 제한이 가능한 유형으로는 위법행위의 선동, 도발적 언사, 음란, 명예훼손, 기만적 부실설명이며, 이에 따른 사법심사의 기준도 확립되어 있습니다. 이에 비한다면 우리나라는 국가기밀, 범죄나 공공질서의 교란, 국가질서 파괴의 선동, 공중도덕 및 사회윤리의 위배 등 제한의 범주가 넓은 편입니다. 

 



그림2. 뱅크시의 그래피티

‘쥐벽서’는 뱅크시와 빌리 바우마이스터의 사례를 들며, 자신의 낙서 행위는 정당행위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뱅크시는 반전, 평화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낙서 형식의 벽화를 만들지만 다른 사람이 만든 표현물이나 창작 작품 위에 그래피티를 하지는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빌리 바우마이스터는 아르노 브뢰커의 ‘복수자’라는 작품의 엽서에 머리를 그려 넣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을 뿐 원작품을 훼손하지는 않아 쥐벽서 박OO와는 다르다고 유죄를 선고해 안타까운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1) 헌법에 의하여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고(제22조), (2) 헌법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지만(헌법 제37조1항 전단) 헌법에서 법률로써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습니다.(37조 1항 후단) 다음 번에는 이러한 헌법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법리를 살펴보고 ‘음란한 표현’과 ‘국가안보를 해치는 표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LG전자 개인정보 Compliance Task 김별다비 변호사, curatorstu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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