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년여간의 코로나19 대응경험, 강화된 의료대응 역량과 우리 사회의 높은 시민의식, 강화된 책임성을 반영해 자율과 책임에 근거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개편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7일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공청회를 열고,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 초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직 초안이라 변경될 가능성이 있지만, 거리두기 개편 자체는 확정적인 분위기다.

실제 시행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방역당국은 “지속적인 의견수렴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개편 최종안을 3월중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편안이 확정돼도 확진세가 가라앉지 않는 이상 기존의 5인이상 집합금지를 비롯한 방역수칙을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거리두기 개편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방역수칙을 준수해야겠지만, 영업을 할 수 있고 없고는 생계유지에 미칠 영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마침 공청회에서 거리두기 개편안과 함께 발표된 다중이용시설 분류방안에 주목할 만한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거리두기 개편의 다양한 이유 중 하나로 “운영제한·집합금지 장기화로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제적 어려움 가중”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반발 심화 및 수용성 저하”를 꼽았다.

다중이용시설 위험도 평가를 위해 정부는 12명의 전문가 그룹과 일반 국민 33명이 참여한 국민소통단을 구성했는데, 두 그룹 모두 식당과 카페 등은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전파위험성과 관리가능성, 필수 서비스 여부의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각 시설들에 각각 점수를 매겼다. 평가대상은 방역수칙이 적용되는 각종 다중이용시설과 의료기관, 복지시설, 학교, 종교시설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지난 5일 개최한 공청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초안이 공개됐다. <사진=뉴시스>

“시설 특성에 맞는 방역수칙 하”…집합금지 없이 운영 필요성

두 그룹은 모두 의료기관, 요양병원·시설, 초·중·고등학교, 보습학원, 식당·카페, 영화관·공연장에 대해 집합금지가 아닌 지속 운영 필요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물론 운영시간, 밀집도 조정, 운영 방식 등 다양한 방역수칙 준수가 전제다.

두 그룹 모두 가장 고위험시설로 분류한 업종은 클럽·콜라텍·감성·헌팅포차, 유흥·단란주점, 방문판매, 홀덤펍, 카지노 등이다. 전파위험성이 높은 반면 관리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1그룹으로 명명한 이들 시설은 현재의 중점관리시설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흥시설과 방문판매 등은 거의 동일한 반면, 식당·카페와 노래연습장이 빠졌다.

식당·카페와 노래연습장은 전파위험도가 높지만 관리 가능성이 보통으로 평가되는 ‘강화된 일반관리시설’로 분류됐다. 2그룹이라 불리는 이 분류에는 목욕탕·사우나, PC방, 카지노, 실내체육시설, 종교시설도 함께 포함됐다.

3그룹인 ‘일반관리시설’은 전파위험성이 높은 반면 관리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된 시설들이 포함됐다. 학원, 영화관·공연장, 이·미용실, 결혼식장, 장례식장 등인데, 현재도 일반관리시설로 분류되고 있다.

네 번째로 학교, 의료기관, 요양시설, 복지시설은 기타유형으로 별도 분류했다. 필수시설이어서 별도로 분류해 특성에 맞는 방역수칙을 적용한다.

4단계로 재편하는 거리두기…집합금지는 클럽 등에 제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초안을 보면, 거리두기 단계는 현행 5단계에서 4단계로 줄어든다. 그리고 집합금지는 유흥시설 등 1그룹에 한해서만, 일일 확진자 평균이 1556명 이상인 거리두기 4단계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21시 이후 영업제한은 전국 확진자 778명 이상인 3단계일 때 1그룹과 식당 등 2그룹에 적용한다. 단 식당과 카페는 21시 이후 포장과 배달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용 인원 제한은 전국 확진자 363명 이상인 2단계에서부터 시행한다. 8㎡당 1명을 기본으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적용한다.

이 개편안은 아직까지 초안이기에 변경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의 거리두기 개편의 취지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사적모임 금지를 명문화하고 단계별로 강화해 개인의 방역 책임은 강화한 반면, 시설운영 제한은 완화해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런 의도가 맞아떨어져 방역과 경제의 양면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물론 국민들의 지속적인 방역동참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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