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를 두고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번 개정법안에서는 플랫폼이 중심적 위치를 갖게 된 온라인 거래 실태를 반영해, 전자상거래법 적용대상 사업자를 플랫폼 운영사업자, 플랫폼 이용사업자, 기타 인터넷 사업자로 구분해 정의했다. 

또, 현행법에서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중개자 지위라는 이유로 면책되는 한계를 반영해, 증대된 지위와 역할에 맞춰 일정한 요건 하에서 연대책임을 하도록 강화했다. 즉, 입점기업이 판매한 제품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네이버, 11번가, 쿠팡 등 이를 중개한 플랫폼사도 소비자 배상책임을 입점업체와 나누도록 한 것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이커머스 매출은 지난해 1041억 달러(161조1000억원)로 전년보다 19.5% 성장했다.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중국(2조8000억 달러), 미국(7098억 달러), 영국(1536억 달러), 일본(1087억 달러)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한다.

문제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속한 성장 만큼 소비자 피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자상거래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은 총 6만945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품목 수만 해도 항공여행운송서비스, 의류·신변용품, 국외여행 등 총 964개에 이른다. 그래서 개정법안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등은 성명을 통해 최근 5년 온라인 거래 관련 피해구제 신청건수 6만9452건 중에서 ▲11번가 ▲네이버 ▲옥션 ▲위메프 ▲인터파크 ▲지마켓 ▲쿠팡 ▲ 카카오 ▲티몬 등 9개사와 관련한 분쟁은 15.8%(1만947)건에 불과하며, 이는 각 사업자당 월별 20건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근거가 약하고, 그 내용 또한 업계 트렌드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 편익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정위도 이같은 인기협 성명에 보도설명자료를 내놨다. 공정위에 따르면, 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총 3500개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중 위에 언급한 9개사는 전체 전자상거래 피해구제 신청대상 기업의 0.25%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체 0.25% 기업이 피해구제 신청건수의 15.8%를 점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적지 않다. 또,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면, 온라인 대형 유통플랫폼에서 발생하는 피해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기협의 성명을 보자면, 업체당 월 20건 수준의 피해구제 신청 때문에 전자상거래법을 뜯어고치는 것은 과중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설명을 보더라도 주요 온라인플랫폼 업체들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고, 월 20건의 피해구제 신청이 많은 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 업체의 책임을 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입점업체의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그 구매 배경에는 해당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급속히 성장한 전자상거래 산업에서 다양하게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반성이 우선 있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플랫폼사의 책임을 강화해 소비자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한다고 해서 전자상거래 산업이 후퇴하지 않는다. 오히려 단 한명의 소비자 피해에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향후 해당 플랫폼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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