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최근 2023년 법인세 인상 계획을 확정했다. 미국 하원에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증세 법안이 발의됐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남미에서 시작된 부유세와 증세 바람이 전세계로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해 11월 특별재난연대세 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사회연대세 도입을 주창하며 코로나 증세 논의에 동참했다. 참여연대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월 공동으로 사회연대세 입법청원을 하기도 했다.

제한적인 부유세 도입 논의를 넘어 보편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지난 10일 “단기적으로는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이므로 조세정의를 제고하는 누진증세적 방식의 개편을 통해 코로나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에도 도움을 얻고 향후 본격적 증세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여연대, 나라살림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개최한 ‘코로나19 시대, 세금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토론회에서, 정세은 교수는 “코로나19로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재정지출 확대는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재원마련이 어렵다고 이를 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재원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장은 국채발행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증세가 추가되면 여유있는 재원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참여연대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월 공동으로 사회연대세 입법청원을 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대공황 당시 미국도 누진적 소득세”=정 교수는 “중상위소득의 개인과 법인에 대해 소득세와 법인세의 한시적인 증세를 실시하는” 사회연대세를 제안하면서, 이를 “단기 누진증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코로나 종식과 함께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대폭 업그레이드되어야 하고 이는 적정한 증세를 필요로 한다”며, “보편 복지를 지향하므로 증세도 보편적이어야 하지만,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생각하면 누진성이 추가돼야” 하기 때문에 단기 누진증세 방안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또 “실제 대공황 당시 미국에서 고율의 누진적 소득세를 실시하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누진적 증세가 보편적인 대책임을 강조했다.

사회연대세에 세수 확보의 의미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적자재정을 피할 정도로 대규모의 세수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겠으나 미약하나마 재정 압박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보다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사회연대의 원칙이 작동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의미에 무게가 실린다.

증세 이외에도 다양한 세제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고소득층에 유리한 비과세 감면을 정비하고, 고자산가에 유리한 부동산 세제와 금융자산 세제를 강화하며, 부의 대물림을 방치하는 상속세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과세 감면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정 교수는 현재 국세의 감면이 50조원으로 국세수입 총액의 15%를 넘어섰다며, “조세부담률이 현저히 낮은 수준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 높은 조세지출은 세수를 감소시키는 주된 요인 중에 하나”라고 지적하고, “조세지출 전반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감면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부동산 관련 세금의 경우,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시에 공제기한을 확대하고 연간공제율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실거래가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의 최대 공제한도(80%)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도 부족하다며, 분리과세 범위 축소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9년부터 2000만원 이하의 주택임대소득에 대해 과세가 시행되고 있으나 분리과세가 적용 중이다. 정 교수는 이 기준을 1000만원으로 낮추는 등 단계적으로 분리과세의 범위를 축소하고, 현행 60% 또는 50%인 필요경비액 인정비율도 30% 수준으로 축소하며, 40만원의 기본공제 금액 역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역시 기준 금액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이나 그 이하로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근로소득은 종합과세되고 있는데 금융소득은 비과세나 분리과세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을 두고 “근로소득에 비해 자산과세를 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상속세의 일괄공제와 가업상속공제 금액 축소 등을 주장하며, “조세의 공평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증세도 달성하는 개편이 적극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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