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3가에 위치한 ‘을지OB베어’는 이곳에서 40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10일 법원의 두 번째 강제집행이 시작됐으나 집행이 무산됐다.<사진=뉴시스>

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명경 서울) 김재윤 변호사

대법원 명도소송에서 패했으면 가게를 비우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백년가게’로 지정되기까지 한 곳을 강제로 철거하는 건 문제라는 측이 팽팽하다.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이유는 40년이 된 가게에 대한 ‘가치 척도’가 각자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無形)’의 자산가치는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누군가에겐 미래유산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흔한 술집일 뿐인 것이다. 

다만, 한 자리를 40년이나 지켜온 곳이라면, 그 가게만이 가진 ‘힘’이 있기 마련이다. 소송의 타당성 여부와 별개로 이 말에는 대부분 수긍하지 않을까 싶다.

영미권에서는 이러한 힘, 그러니까 상가를 운영하며 얻은 고객관계, 노하우 등의 자산을 ‘영업권(goodwill)’으로 인정해왔다. 우리나라는 이를 권리금에 포함시켜 관례적으로 자산가치를 반영해왔고, 마침내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통해 법적으로 보호받는 재산권으로 승격시켰다.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사진=뉴시스>

이런 조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동법의 권리금 회수 기회는 더 이상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인가? 대법원 명도소송에서 패소한 노포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가?

대법원은 임차인의 손을 들어줬다. 2019년 판결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문언과 내용,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한 것이다(대법원 2019.5.16. 선고 2017다225312, 225329).

한쪽(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백년가게’로 등록한 곳을 다른 한쪽(대법원)에서 비워달라고 하는 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에 대한 판단은 개인마다 각기 다를 것이다.

다만, 엄중한 법 집행과 무형자산 보호라는 가치충돌 사이에 권리금 보장 내용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오래된 가게를 둘러싼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김재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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