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해도 내 집 한 채 갖는 일이 ‘영혼을 끌어모아야’ 할 만큼 어려운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투기는 특권과 반칙의 대명사다. 그 부동산 투기의 주인공이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공공기관의 임직원이라니,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당은 부랴부랴 제2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방지를 위한 공직자 투기 및 부패방지 5법인 ▲이해충돌방지법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윤리법 ▲부동산거래법 등의 국회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야당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부동산 투기 근절법안들을 발의했다. 3월 국회에서 최우선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니, 늦었지만 이제라도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전수조사 이야기도 나온다. 경기도는 가장 먼저 전수조사단 TF팀을 구성하고, 공직자의 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대구시 또한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관내에서 시행된 대규모 개발사업지구 12곳에 대한 불법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창원, 울산, 부산 등의 지자체에서도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전수조사단 TF팀을 구성하는 등 공직자 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부지. <사진=뉴시스>

국회에서도 전수조사 카드를 내놨다. 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은 국회의원을 비롯 모든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하자며 야당의 동참을 촉구했다. 우리당까지 끌고 들어가려 한 것은 나쁜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전수조사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던 국민의 힘 지도부도 전수조사를 전면 수용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결국 국회의원 전수조사는 어물쩍 넘어갈 것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 양당 간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놓고 폭탄돌리듯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며,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은 직무특성상 우선 조사대상이며, 이를 회피하고 차일피일 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 투기세력임을 인증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일부 국회의원과 관련자들의 투기거래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의혹의 주인공인 된 의원들은 해명 보도자료를 내놓거나, 문제가 된 토지를 매매하고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권력집단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거둬지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모든 공직자의 전수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늘 그랬듯 특정현안의 사회문제가 불거지면 그제서야 관련법안을 만지작거리다 결국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다. 전수조사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당장 흉흉해진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말뿐인 전수조사로 끝난다면, 국민의 불신이 분노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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