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흥재벌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신흥재벌은 그간 우리 사회가 알고 있던 재벌과는 다소 다르다. 일단 젊은 나이라는 점, 또 대물림이 아닌 자수성가형 기술기업의 CEO가 많다. 이 외 많은 여러 특징이 있지만,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은 기존 재벌들과 그리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최근 두 기업 ‘의장’의 기부 소식이 눈에 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과 배달의 민족 김봉진 의장 이야기다. 이들이 기부를 위해 가입한 단체인 ‘기빙플레지’는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함께 설립한 것으로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가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이 전제다. 그러니 당연히 ‘양 김’ 의장 역시 재산 절반을 기부할 예정이다.

사실 재벌의 기부행렬은 끊이질 않았지만, 두 김 의장의 기부는 일단 단위부터 다르다. 특히 사실상 국내 주식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린 김범수 의장이 내놓겠다고 밝힌 수치는 어마어마하다. 알려진 바로는 그의 재산은 1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 중 50%를 기부하겠다고 했으니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약 120만명으로, 국내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수원시의 지난 한해 전체예산이 3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다소나마 어림잡을 수 있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19년 한해 대한민국 근로자 평균 급여액은 3800만원에 약간 못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연봉 1억원을 꿈의 연봉이라고 말한다. 2019년 기준으로 1억원 이상 연봉자는 85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많은 변수가 있지만 그저 단순하게 계산하면, 이런 고액 연봉자조차 5조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5만년 정도가 필요하다. 일반 직장인은 이보다 3배가 더 걸린다. 김 의장이 내놓겠다며 밝힌 수치는 대다수 사람이 느끼기에는 그냥 무한대와 같다.

김범수 의장은 “기부액이 사회문제 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부터, 기부금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봉진 의장 역시 기부에 맞춰 “외식업 자영업자 지원과 교육 불평등 문제 해결”을 언급했다고 한다. 사회가 한 목소리로 칭찬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저 부자나라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우리 사회에서도 속속 생기고 있으니 선진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금 느끼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선진사회의 조건 중 하나는 불평등 해소라고 말한다. 기부 역시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기부문화는 분명 확산돼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기부가 특별한 것이 아닌 세상이 도래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양 김’의 기부가 기부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국세청 자료를 다시 보자. 대한민국 노동자 일 년 평균 연봉은 4000만원에 못 미친다고 했다. 이들에게 ‘양 김’이 가진 재산은 가치를 떠나 그저 감이 오지 않는 숫자에 불과하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평등 심화를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솔직해지자. 그간 우리 사회에서 기부는 왜곡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면피용’이나 ‘생색용’으로 말이다. 물론 기부금은 우리 사회를 위해 선하게 사용돼 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평등추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추를 맞추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5조원 아니 그 이상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상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나만 돈 벌어 나만 기부하는 것보다는, 우리 모두 돈 벌고 다 같이 기부하는 세상은 어떨까. 일상의 평등을 바탕으로 한 기부문화 확산이 불꽃처럼 번지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여 ‘양 김’이 내놓은 기부금에는 그들의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비롯해 자영업자, 소비자 나아가 우리 사회의 피와 땀도 스며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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