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백신휴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급휴가일 필요가 있고,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사진=뉴시스>

정부와 여당이 ‘백신휴가’ 도입을 천명하면서, 세부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의무화와 유급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등에게는 소득보전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6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접종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백신휴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부처에 제도화 방안을 조속히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백신휴가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당정이 함께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백신 접종 시 사람에 따라 발열이나 근육통 등 항체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계 문제로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니 백신휴가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특히 의료진이 문제다. 백신을 접종한 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열이 나는 채로 환자를 돌보러 출근하는 의료진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의무다.

17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관계부처가 백신휴가의 제도화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윤태호 반장은 이 자리에서 “유급 방식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무급 방식으로 할 것인지, 또 이상반응이 있는 분들에 대해서만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다 의무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등 논의할 사항이 많다고 밝혔다.

백신휴가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유급으로 도입하는 것이 상식에 보다 부합한다. 무급휴가일 경우,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급휴가일 경우, 정부가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비용 부담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회에서도 공감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용기 국회의원은 관련 법안을 이미 대표발의했다. 전용기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국민의 백신접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법정휴가로 백신휴가를 의무화 하고자 했다”며, 비용에 대해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출산휴가급여 제도 등을 참고해서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가는 선은 아니다”고도 했다.

무급으로 도입할 경우 백신휴가의 실효성이 크게 의심된다는 점에서, 유급으로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업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비용부담을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자영업자나 특수고용직 등 일을 쉬어야 하는 계층은 백신휴가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자칫 백신 사각지대가 되면 백신접종을 통한 코로나19 극복이 지연될 수도 있는 일이다. 백신접종을 전제로 일을 쉴 수 있도록 백신수당을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논의와 준비를 위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며, 더 늦춰서는 안 된다. 백신접종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시기보다 앞서서 백신휴가 도입이 완료돼야 한다는 건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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