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정면을 장식한 쿠팡 배너.<사진=뉴시스>

쿠팡의 상장일 기준 시가총액 100조원은 국내 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유통 빅3 즉,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신세계 이마트를 포함한 65개 종목의 시총을 합친 73조원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쿠팡을 아마존을 잇는 파괴적인 혁신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쿠팡 쇼크에 국내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와 신세계가 지분교환을 통해 사업협력을 모색하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는 롯데, 이마트, MBK 등이 뛰어들며 합종연횡을 통한 몸집불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세상(Winner take all)으로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소상공인들에게는 그야말로 등골 서늘한 일이다. 음식 배달, 쇼핑, 택배, 택시, 미용실, 부동산 중개, 숙박업소 등 플랫폼 경제로 흡수된 산업들은 모두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영역이었다. 플랫폼 경제에서 이들 산업은 대규모 자본과 기술기업으로 종속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불공정 거래, 노동권 침해 등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온라인 중개사업자이기 때문에 ‘대규모유통업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기존 법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언택트 문화가 정착되고, 또, 쿠팡 쇼크를 계기로 플랫폼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앞둔 이때, 국회에 상정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서둘러 완성하는 일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법이 시행되고 하위법령과 각종 제도들이 틀을 잡아가는 과정도 지난하기 때문이다.

법제도의 마련과 함께 서울과 경기도 등의 지자체에서 시도하는 공공플랫폼 실험에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야 한다. 공공플랫폼의 성공은 상생의 혁신도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

‘기업가의 혁신이 경제의 성장과 변화의 원동력’이라는 슘페터의 말처럼 세계경제는 끊임없이 혁신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시장을 독과점하고, 노동자의 희생을 딛고 일어선 혁신이 시장을 교란하고 양극화를 넓혀가며 홀로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이라면, 그 혁신은 멈춰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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