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은 23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쟁점과 대응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의 정책방향이 핀테크와 빅테크에 지나치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다는 우려가 나왔다.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이라는 당위성과 시급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제도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우선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이 23일 개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쟁점과 대응과제’ 토론회에서, “전자금융업에 대한 각종 특례와 특혜는 기존 시장지배적 사업자와의 규제 형평성 개선 명분과는 달리 규제의 사각지대·회색지대를 넓히고 규제차익 해소를 위해 또 다른 규제차익을 보장하는 악순환을 낳는 오류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동일 산업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규제차익의 유인을 제거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용자 보호 규제 미비=간편결제서비스 출시로 전자상거래의 결제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으며, 전자상거래와 통신·유통업종 대기업 그리고 빅테크가 시장을 선점해 주도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이후 선불 전자지급서비스가 급성장했지만, 예치금 관리 및 이용자의 자금 접근성 등 이용자 보호 규제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결제원이 구축한 중앙집중화된 오픈뱅킹 금융공동망 플랫폼이 2019년 12월 비금융 전자금융업자에게도 전면 개방돼 개별은행과 제휴 없이 시스템 접속만으로 국내 18개 은행에 연결, 은행의 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비금융 전자금융업자가 법적 근거 없이 오픈뱅킹에 참여하면서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금융결제원 회원조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승인절차 없이 은행 결제망을 이용하는 무단·무임승차 혜택을 제공받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공재적 금융인프라인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 관점에서, 비은행 전자금융업자가 은행 간 소액·차액결제시스템에 직접 참가할 수 있는 자격요건에 대해 세부 규정을 마련하고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상 은행인 非금융사=디지털경제로의 전환에 맞춰 기존 금융산업에도 디지털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산업 변화에 따라 전면개정 수준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개정안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자금이체업자 중에서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이용자에게 계좌를 개설해주는 방법으로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 등을 이용하는 전자자금이체에 관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자금융업자 특히 종합지급결제업자가 자체적으로 계좌를 발급, 은행 결제망에 참여해 카드대금·보험료·공과금 납부 등 계좌 기반 서비스가 대부분 가능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겸영업무를 통해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금융시장과 금융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적으로는 금융회사가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는 규제차익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워드…사실상 ‘이자’=또한 개정안에서는 전자금융업자가 이용자 예탁금에 대해 이자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용실적 등에 따라 재화·용역을 구매할 수 있도록 경제상 이익(이하 ‘리워드’)을 제공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전자금융업자의 유사수신행위 방지를 위해 이자 제공을 금지함에도 불구하고, 허용된 리워드 제공이 사실상 이자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따라 리워드 제공 한도를 예탁금의 운용수익 범위 내로 한정하고, 리워드로 자금이체·인출 또는 상품권 매입을 금지하는 등 환금성 없는 형태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 또는 하위규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후불결제는 신용카드 여신=후불결제업무 허용과 관련해서, 개정안은 선불전자지급수단 충전잔액이 부족한 경우에 그 부족분에 대해 대금 결제업자·종합지급결제사업자 스스로의 신용으로 가맹점에게 재화 또는 용역의 대가를 지급하는 겸영업무로서 후불결제업무를 허용하도록 했다. 또, 개정안은 후불결제의 개인별 한도액과 사업자 한도액을 모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으로 하고 있다.

조혜경 연구위원은 후불결제는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 볼 때 신용카드의 여신 제공과 효과가 동일하므로, 시장의 안전성 유지와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개인결제한도, 총 제공한도, 가맹점수수료 등 핵심 영업규제에 대해서는 신용카드업(여전법)의 규제수준을 준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현행 공정거래 및 금융감독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복합 금융플랫폼에 대한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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