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신한지주 주주이자 신한금융그룹 사모펀드피해자 연합회 회원들의 주주총회 입장을 신한지주 직원들이 막아 섰다. <사진=뉴시스>

지난 25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신한금융 직원들이 주주들의 출입을 막아서는 일이 발생했다. 방역지침에 따른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주주총회는 인원제한 규제 대상에서 예외라고 정부가 발표한 바 있다. 실상은 주주이기도 한 사모펀드피해자 연합회 회원들의 출입을 막은 일이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사모펀드 투자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했으나, 사외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은 원안대로 의결됐다. 26일 KB와 하나, 우리금융지주의 주주총회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4연임에 성공했고, KB와 우리금융지주도 이사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각 금융지주 주총에 앞서 사모펀드피해자 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지주사들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금융지주사 이사회가 내부통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사태 외면…자격에 의문 제기=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대위는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태 회장의 4연임을 강행하는 하나금융을 규탄했다.

이들은 “김정태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상화 전 글로벌영업2본부장의 특혜승진에 부당하게 개입해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나은행 인사개입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시민단체들은 “김정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김정태 회장은 사건의 진전에 따라 CEO로서 역할을 끝까지 완수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하나은행이 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사건,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에 모두 연루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금융위는 이미 지난해 3월 하나은행에 제재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 밖에 2017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등 일련의 사태가 있었지만,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임무를 해태한 것이며, 그동안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등한시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활동가이드라인을 수립한 만큼, 공익이사 추천 등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KB에 대해서도 사모펀드 사태와 채용비리 등을 들며, 금융지주사가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 경영진에게는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금융지주 사외이사들 역시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역할을 외면했으므로 재선임 자격이 없다며, 사모펀드 피해부터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건 99% 통과 이사회…거수기 전락=금융지주사 이사회의 책임론이 불거진 이유가 있다. 안건의 원안통과가 99%에 이를 만큼 견제 역할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펴낸 ‘사모펀드 부실피해, 왜 발생했는가’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사모펀드 판매가 급증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5대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559개 가운데 수정의결되거나 부결된 건은 모두 7건에 불과했다. 신한이 수정의결 2건, 하나가 수정의결 4건에 부결 1건을 처리했고, 농협·우리·KB금융지주는 수정의결이나 부결이 단 한건도 없었다.

이사회 내부의 소위원회 중 하나인 위험(리스크)관리위원회 역시 사모펀드 피해 발생 대응을 안건으로 다룬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3년간 5대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와 위험관리위원회 안건 중 사모펀드 피해 대응과 금융소비자 보호가 회의 안건에 명시된 경우는 신한·하나 이사회에 2건, 우리금융의 리스크관리위원회 1건 등 총 3건에 불과했다. 농협과 KB는 관련 안건이 없었다.

참여연대는 이 또한 “2019년 DLF,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이들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이 이에 연루됐기 때문에 그나마 이사회 등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었다”며, 사전에 사모펀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논의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