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을 강화하고 주주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전자투표 활성화 제도를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상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자투표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정비했다. 과거에는 주주총회에서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를 통해 본인인증을 받아야 했는데 핸드폰·아이핀·신용카드 등 다양한 인증수단으로 전자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10년 전자투표 제도가 운영된 이래, 전자투표를 채택한 회사는 2014년 34개사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416개사로 12배 증가했다. 그 이유는 2014년 12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2015년부터 섀도우 보팅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전자투표를 채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자투표 채택 회사가 1660개사(전체 상장회사 수 대비 약 70%)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자투표가 실제로 이뤄진 것은 659개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법정책학회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박상혁·김용민 의원 등이 지난 26일 공동주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의 미래성장을 위한 입법정책적 과제 학술대회’에서 황현영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온라인 주주총회에서도 전자투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황 조사관에 따르면, 2020년 SK텔레콤 정기주주총회가 실시간 동영상으로 중계됐고, 올해 LG전자와 삼성전자 등도 정기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며 질문과 답변이 이뤄졌다. 그러나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에게는 전자표결기가 지급돼 전자적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법에 따라 온라인 실시간 전자투표는 불가능하다.

황 조사관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주주총회에 온라인으로 참여해 논의되는 내용을 보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보고서·외부감사보고서, 주총 1주일 전 검토는 무리

이와함께 주주총회 소집시 사업보고서와 외부감사보고서도 함께 제공하는데 2주 전 통지와 함께 우편으로 제공한다. 전자문서로는 1주 전에 제공하는데, ‘1주일 전’이라는 시간은 사업보고서 등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다.

황현영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여전히 1주일 전이라는 시간은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주주나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의 경우, 1주일 내에 내부검토를 거쳐 의결권을 행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또한 전자문서로 발송하려면 전자우편주소가 있어야 하는데, 전자주주명부를 채택한 회사의 경우에만 주주의 전자우편주소를 알 수 있다. 2020년 3월 기준 전자주주명부를 채택한 회사는 유가증권 상장회사의 6.9%에 불과해, 전자문서 발송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황 연구관은 상법의 주주명부나 전자증권법의 소유자명세에 주주의 개인정보를 추가하거나 전자주주명부 채택을 장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황 연구관은 “최근 2~3년 동안 상법을 비롯해 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등 경제관련 법률·시행령·고시가 다수 개정됐다”며, “주주총회 등 주주권·이사회 등 경영권·감사기관 등 기업지배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며,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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