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이 지난 28일 등록금 반환을 위한 정부서울청사-청와대 대학생 삼보일배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공과대학은 실험실습 때문에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 등록금이 비싼 것인데, 왜 실험실습을 하지 않는 지금도 등록금이 그대로인지 모르겠다’, ‘1시간15분 수업을 40분만 할 거면 등록금도 반만 받아야지 왜 전부 받는 것이냐’, ‘코로나 이전과 등록금을 똑같이 받는다면 학교 시설에 투자해 좋은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데, 학교 와이파이가 끊기거나 사이버캠퍼스 서버 오류 등 학습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캠퍼스에 벚꽃이 만개하기도 전인데, 대학은 등록금 반환 논란이 뜨겁다. 코로나19 시대 대학생활을 하는 ‘코로나 학번’들이, 교육기관으로서 시스템이 망가져버린 대학에 온전한 등록금을 모두 지불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강의자료 부실, 교수자와의 소통 오류, 기존 영상 재업로드, 실험실습 과목 대책 부재, 줄어든 강의시간, 온라인 강의 사이트 서버 접속 오류 등등. 새학기가 시작된 후에도 수업은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고, 강의를 재탕하거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제보가 이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에는 그야말로 무대책으로 한해가 지나갔다. 그러나 올해 새학기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대학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고 동결했다는 몇몇 대학의 ‘선심’이 전부였다. 오히려 올해 국가장학금 예산은 삭감되고, 최근 통과된 추경예산에는 코로나 대학 긴급 지원사업 관련 항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등록금 반환 요구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있어왔다. 대학생들의 요구와 국회의 지원으로 뒤늦게 등록금 반환이 결정됐지만, 전국 290여개 대학 중 96% 이상의 대학이 등록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고, 그나마 등록금을 반환해준 대학도 전체 금액의 10% 내외 수준을 되돌려 줬을 뿐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91%는 2021년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 학기 등록금은 400만~500만원, 학교나 학과에 따라 그 이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은 세계 4위, 국립대 등록금은 세계 8위 수준으로 높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학자금 대출에 발목이 묶여 결혼과 미래설계를 꿈꿀 수 없는 청춘들이 많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각종 물가가 인상되는 지금 대학 등록금은 한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되기도 한다.

등록금은 교육서비스에 대한 대가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오프라인 수업을 기준으로 책정된 현행 등록금 체계가 변하지 않았으며, 학생들의 학습권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대학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교육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환불 또한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창의력이 우선인 시대, 끊임없이 새로운 학문을 연마해야 할 대학생들에게 지난해 녹화한 재탕강의가 이뤄지고, 제대로 된 실험실습이 이뤄지지 않음에도 온전한 등록금을 받아야겠다고 고집한다면, 대학이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학생들의 미래와 국가의 미래를 갈취하는 행위가 된다. 학생들이 대학에 바라는 것은 ‘졸업장’ 한 장이 아니다. 대학이 ‘졸업장 장사를 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면, 대학의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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