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가 특허를 내고 본사에 제안한 기술을 본사가 제3의 기업에 납품하도록 한 ‘쥬씨 쏙컵’ 사건에 대해, 법원은 본사의 기술침해로 판단하고 해당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판결했다. 이로써 특허권자의 권리를 인정받았지만, 소송과정에서 그만큼 치러야할 시간적·비용적 피해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법률적 제재조치를 강화해, 기술침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2일 재단법인 경청에 따르면, 생과일 음료 브랜드 쥬씨의 가맹점을 운영하던 A씨는 가맹사업을 하며 판매확대를 고민하던 중 과일과 음료를 함께 먹을 수 있는 ‘인서트컵’을 개발하게 됐다. A씨는 2017년 3월 인서트컵 특허를 출원하고 사비를 들여 제작한 시제품으로 쥬씨 가맹본사에 해당 용기의 사용을 제안하며 기술자료를 전달했지만, 본사는 같은해 8월 A씨에게 인서트 컵 독점공급 등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A씨는 경영 악화로 같은해 10월 쥬씨와 가맹계약을 해지하게 됐고, 다음해 2월 쥬씨는 다른 거래업체로부터 인서트컵과 유사한 ‘쏙컵’을 납품받아 출시 한 달 만에 10만잔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본사를 상대로 부정경쟁 행위 등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승소 판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쥬씨가 제3사업자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는 카피제품 쏙컵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경법)’은 2018년 개정을 통해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해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해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해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A씨가 개발한 인서트컵이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영업상의 아이디어로 인정받고, 본사가 전 가맹점주와의 교섭과정에서 제공받은 아이디어를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점도 확인하게 됐는데, 쥬씨가 유사한 쏙컵을 납품받아 영업에 활용한지 3년여만의 일이다.

특허청이 기술침해를 인정해줬다 하더라도 권리를 구제받을 수 없어 소송으로 이어진다.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경법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을 도입해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권리 침해자에 대한 처벌이 더욱 엄격했다면 어땠을까. A씨는 2018년 쥬씨 측에 ‘디자인 침해, 아이디어 착취, 가맹점 기망 행위’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내고, 쥬씨의 특허침해 사실을 특허청에 신고했다.

2019년 10월 특허청은 쥬씨 측이 부경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시정권고 했지만, 쥬씨 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 A씨가 중소벤처기업부에 신청한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지난한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침해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관련법으로 인한 구제가 이뤄지지 않아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소송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돼 결국 피해구제를 포기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중기부의 중소기업기술보호수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술침해를 경험한 기업들은 입증곤란(66.6%), 소송 비용부담(46.7%), 긴 소송기간(43.4%) 등을 이유로 소송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경법 위반에 대한 특허청의 행정조치는 시정권고에 그친다. 이를 어겼다하더라도 강제할 방안이 없다. 때문에 특허청이 기술침해를 인정해줬다 하더라도 권리를 구제받을 수 없어 소송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경법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을 도입해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개인 혹은 다른 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는 범죄임에도 다양한 구실로 기술자료를 넘겨받아 이를 불법적으로 사업에 활용하는 사례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어렵게 마련한 아이디어나 기술은 보호돼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 또한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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