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사람 주먹보다 더 큰 외래종 ‘황소개구리’가 생태계를 교란하는 사례는 10여년 전 종종 보고됐다. 이들이 토종 어종인 붕어나 피라미 등을 마구 잡아 먹었다. 문제는 토종 개구리도 잡아 먹는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천적인 뱀까지 잡아 먹으면서, 농촌의 생태계를 크게 교란한 것으로 보고됐다.

정부 지원사업인 스마트공장이란 생태계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벌어진 바가 있다. ‘황소개구리’에 해당하는 교란종이 여기저기 포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스마트공장을 건강하게 하려는 정부의 혈세와 지원정책을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일로 활용했다. 잠잠한 것 같더니 최근 정부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추진과정을 잘 관찰해보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런 생태계 교란 현상은 대부분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틈새를 노리며 생긴다. 또 책상 위에서 끄적인 아이디어가 현장의 확인없이 시행될 때 발생한다. 우리는 긴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경험을 오랫동안 확인한 바 있다. 안타깝지만 스마트공장 사업 활동에서도 생태계 교란 소식은 보다 은밀하게 들려온다. 정부의 스마트공장 지원 역사가 거의 10년에 다가서지만 이런 일은 아직 종식되지 않은 모양이다.

안타깝지만 스마트공장 사업 활동에서도 생태계 교란 소식이 은밀하게 들려온다. 실제 혜택이 수요기업에게 돌아가도록 규칙을 만들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해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려, 제조업과 제조업에서 파생되는 서비스업종의 동반 발전을 통해 한국경제를 더욱 강한 체질로 만드는 국가적 프로젝트이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사업이다. 특히 기존 3D업종의 일자리(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는 줄이고 대신 청년들이 선호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도전할 수 있는 훌륭한 사업이다. 이런 사업을 교란하는 일들을 퇴치하는 것은 결국 생태계의 힘이다.

어떻게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한 가지 답만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 생각은 생태계의 균형을 ‘공급과 수요의 균형 맞추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2021년 스마트공장 사업 추진상황을 보면 사업공지가 나기 무섭게 수요기업들의 신청이 폭주해서 1년간 추진될 사업이 벌써 마감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현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빨리 마감됐다는 것은 ‘자생적 수요’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 ‘교란종’이 활동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실제 스마트공장을 추진해야 할 많은 업체들은 사업공지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이, 정부사업이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것이다.

<자료=www.smart-factory.kr>

스마트공장이 필요한 기업들이 스스로 준비하고 사업신청을 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정부기관은 지금보다 훨씬 자세하고 쉽게 사업을 설명하고 안내해야 한다. 또한 그들이 사업준비를 스스로 잘 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할 어떤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피고 따지고 준비하는 기간이 있는 기업들이 기회를 가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교란종’의 활동이 도를 넘어 선의의 중소·중견기업이 피해를 본다. 피해를 보는 기업들은 정부 지원사업의 ‘기회’를 늘 ‘그림의 떡’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일은 이처럼 ‘찐 수요자’에게 실제 혜택이 돌아가도록 생태계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가 스스로 절실하게 준비한 기업이 지원을 받아 살아남고, 발전하고 도약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다. 이 일의 추진 주체가 스스로 준비하는 ‘수요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런데 현장에서 바라보면 아직도 공급기관, 공급기업이 생태계를 주도하는 추진 주체가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진정 생태계를 건강하게 할 일을 찾을 때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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