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법무법인 세종과 공동으로 ‘제2차 대한상의 ESG경영 포럼’을 온라인 세미나로 개최했다. 이날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ESG의 현재와 미래’라는 기조 발제를 통해, 과거와는 다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사진=대한상의>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열린 ‘대한상의 ESG경영 포럼’에서 “환경이나 사회문제는 정부가 해결할 일이지 왜 기업이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과거에는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게임의 규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자원을 활용하고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기업의 영향력과 역할에 상당한 변화가 있어 ESG를 통해 환경 및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ESG 논의 활발=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ESG, 이해관계자주의, 회사의 목적, 지속가능한 발전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 내 주요기업 CEO들의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2019년 8월 ‘회사의 목적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아마존, 애플, 제너럴 모터스 등 미국 주요기업 181명의 CEO가 서명한 이 성명은 기업들이 고객, 근로자, 공급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에게 기여할 것과, 주주에게 장기적 가치를 제공하고 투명성과 효율적인 참여기회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EU는 스스로 감축목표를 높게 제시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집행위원회의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EU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자금 투입과 함께 민간자금 투자를 유도해 ESG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2019년 12월 EU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한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은 임기중 추진할 여섯가지 핵심과제 중 기후 중립을 통해 EU의 번영을 이끌겠다는 이른바 ‘유럽 그린딜(A European Green Deal)’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유럽연합은 비재무적 공시(NFRD), 금융기관 지속가능 공시(SFRD), 그린투자 분류체계(taxonomy), 인권실사 등 ESG 관련 각종 법규 제정을 완료하고 추진하고 있다.

◇ESG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정준혁 교수는 연기금의 영향력 증대와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적인 우려를 고려할 때, ESG는 단기적인 유행이 아닌 지속적인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핵심고객은 연기금이고, 연기금의 궁극적인 수익자는 일반 국민이다. 국민들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면, 연기금도 환경문제가 많은 회사나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부담될 수 밖에 없다. 연기금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도 마찬가지다. 즉 국민들이 환경, 사회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질수록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는 ESG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빅3 자산운용사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기업 경영진들은 이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 기관투자자의 주식 보유비율이 높고 점차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ESG 중에서도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의 협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는 TCFD(기후변화 연계 재무공시 전담협의체)를 출범하고,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권고안을 제정한 바 있다. 이에 영국, 캐나다 정부 등 전 세계 1900여개 기관 등이 지지의견을 보냈다.

◇ESG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야=정 교수는 기업과 투자자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거래소, 업계 등에서 ESG 관련 제도 및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ESG 평가기관에 따라 등급 차이가 발생하는 ESG 등급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고, ESG 공시에 따른 편익과 비용 역시 고려해야 한다. 신뢰성 있는 ESG 평가를 통해 이른바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

정 교수는 ESG가 기업가치를 개선한다는 연구결과와 ESG 펀드수익률이 우수하다는 분석이 다수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ESG를 중시하는 기업, 투자자,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ESG 주식가치나 투자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는 만큼 ESG 친화 사업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 여부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국제적 기준에 참여할 필요도 있다. 세계 각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는 외국에서의 논의나 외국이 정한 기준에 우리가 뒤쫓아 가는 형국이었다면, ESG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정립해가는 시기인 요즘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기준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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