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유 중 하나가 차등의결권 제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벤처스타트업계에서는 투자에 따른 경영권 희석을 방지할 수 있다는 면에서 환영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 제도가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재벌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최근 있었는데, 정부안은 경영권 희석 우려 없는 투자유치와 창업가 정신 유지를 위해 벤처기업에 한해 엄격한 요건 하에서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에 한해 대규모 투자로 창업주 지분이 30% 이하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의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경우, 복수의결권을 1주당 10개 이내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제2의 벤처붐이 일며 창업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차등의결권을 통해 벤처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유니콘 기업을 늘려 경제활력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벤처기업 입장에서도 적대적 M&A 등에 맞선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작용해 기업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차등의결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상법이 정한 1주 1의결권 원칙을 벗어나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고, 불법을 자행한 창업주를 경영에서 배제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걱정도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또 벤처캐피탈이 벤처기업과 투자 계약을 진행할 때는 지분과 경영권에 대한 논의가 투자의 핵심이므로 차등의결권 주식을 가진 벤처기업이 오히려 투자를 유치하는데 불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가족경영의 특징을 갖는 우리나라 재벌기업 집단체제 하에서는 차등의결권이 악용돼 사익편취, 의결권세습, 반독점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주회사의 요건을 총족하지 않는 비상장 벤처기업을 재벌 후계자가 설립해, 이 회사가 총수의 지주회사 지분을 인수하거나 주식 스왑을 통해 세습이 가능하다.

무능하거나 불법을 자행하는 창업주를 경영에서 배제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걱정도 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차등의결권 주식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일몰제 도입과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IPO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혹은 창업자의 사망이나 은퇴 후 차등의결권 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하고, 복수의결권을 보유한 기업의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서울대학교 박상인 교수에 따르면, 국내 상황에서는 일몰제와 기업 지배구조 강화만으로는 경영 세습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창업생태계는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 왔다. 13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는 세계 6위의 유니콘 기업 보유국이 됐고, 최근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리더 중에는 한국의 스타트업 대표가 15명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정착돼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차등의결권 제도가 도입돼 악용된다면, 애써 만들어 놓은 생태계가 무너질 우려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차등의결권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불공정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차등의결권의 효과성 역시 검증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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