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가 12일 ‘중소기업 적정 납품대금 확보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가 12일 개최한 ‘중소기업 적정 납품대금 확보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지민웅 산업연구원 박사는 ‘전속거래 실태와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발제를 통해 “수요독점적 대중소기업 생태계가 한국경제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는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구조 속에서 공고해진 수요독점적 생태계는 하청 전속거래 중소기업의 혁신을 약화시키고 성장을 지체시킨다”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경제환경…협력과 공존의 전속거래 필요

전속거래 기업은, 주거래 기업에 주력품목을 판매한 금액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을 말한다. 소수 대기업들이 주력산업의 성장을 선도하고 후단의 중소기업군이 부품·소재를 생산해 이들 대기업에 납품하는 분업구조는 세계시장에서 수출 대기업의 가격 및 품질 경쟁력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그간 분업구조에서 유발된 낙수효과는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에 상당한 수준의 단가인하를 요구함으로써 무용지물이 됐다. 대다수 하청 전속거래 기업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 등 노동비용 절감형 경영전략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돼 버렸다.

중기중앙회의 납품대금 관련 중소기업 애로사항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공정거래 유형 중 44%가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가장 많았다. 또, 원자재 및 물류비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업체가 응답기업의 45%에 달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하도급거래 계약은, 하청기업 입장에서 보면 거래가 단절되는 순간 지금까지의 원청기업 전용자산에 대한 투자가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 이는 하청기업의 협상력이 근본적으로 약해지고, 불리한 계약이 원청기업으로부터 강요되는 기반이 된다. 원청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양과 질을 만족하는 제품 혹은 용역을 적기에 공급받지 못하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따라서 협력과 공존에 기초한 전속거래는 변화하는 경제환경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다. 특히 스마트 제조의 확산, GVC의 진전 등 메가트렌드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개별기업보다는 시스템의 경쟁력이 중요해졌다. 협력활동에 기초한 전속거래로 원하청기업 모두의 혁신성과 경쟁력 증진이 가능하다는 것이 지 박사의 설명이다.

원부자재비 상승 충격 완화하기 위한 상생협력 있어야

지 박사는 과거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서 원청기업 간 시장구조가 경쟁적으로 변화했을 때, 협력과 공존의 하도급거래가 촉진됐던 경험을 소개했다. 

하청기업으로부터의 안정적인 납품 보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하청기업을 통한 다른 원청기업으로의 정보유출 위험성이 증가하자, 원청기업들은 품목당 소수의 하청기업들과 협력과 공존의 하도급거래 계약을 맺고 중핵기업으로 성장시킴으로써 앞서 언급한 위험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에 납품하던 덴소의 경우 이를 통해 세계적인 자동자 부품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원청인 도요타의 경쟁력 기초가 됐다.

특히 원하청기업 간 거래의존도가 서로 높은 전속거래 유형의 경우, 인건비 혹은 원부자재비 상승이라는 충격이 하청기업에 발생했을 때 이를 완화하고자 하는 상생협력활동이 효과를 발휘한다.

지 박사는 하도급 혹은 전속거래 폐해의 완화 혹은 해소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수요독점적인 시장구조의 변화와 수탁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한 협상력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의 국내시장 환경 하에서는 ▲불공정한 납품단가 및 발주량 책정 혹은 변동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방안 모색 ▲불공정거래에 대한 신고 유인의 실효성 제고 ▲종속성 수준이 고려된 정책 및 제재 방안 모색 ▲전방위적인 하도급거래 관련 실태조사 실시와 데이터 공개를 통한 분석의 질 제고 등의 정책과제가 검토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지 박사는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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