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 총수도 동일인 지정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한 방향이다.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사진=뉴시스>

쿠팡의 김범석 의장이 공정거래법 상 동일인 지정을 면하면서 발생한 논란이 여진을 남기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 총수도 동일인 지정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한 방향이다.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논란은 지난 4월 공정위가 내린 결정에서 시작됐다. 쿠팡의 자산총액이 1년 새 급증해 5조원을 넘어서면서,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이때 기업집단의 총수(공정거래법 상 ‘동일인’)도 지정하는데, 쿠팡은 법인인 쿠팡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했는데, 핵심적인 원인은 김범석 의장이 미국인이라는데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보유한 에쓰오일이나,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보유한 한국GM은 국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이른바 ‘총수 없는 집단’이다. 쿠팡 역시 같은 사례로 분류된 것이다.

당장 김범석 의장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었다. 기존 대기업 총수들은 친족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유한 계열사도 기업집단으로 신고할 의무가 있고, 부당지원을 할 경우 검찰고발 등 무거운 제재를 받게 된다. 총수일가가 기업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공정경쟁을 해치는 사례가 빈발함에 따라 생긴 법규다. 최근에도 주요 대기업그룹 총수들이 계열사 부당지원 등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되고 있다.

공정위는 특혜논란에 대해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쿠팡㈜를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서는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는 점”도 고려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허점이 있는 주장이다. 지금 당장에야 규제 대상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국내 재벌 총수들에게 외국 국적 취득의 유인동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동일인 제도의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동일인의 규제 대상부터 시작해 제도 전반을 세밀하게 살피고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외국인의 총수 지정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조성욱 공정위원장의 시각 또한 합리성이 느껴진다. 당장 한국 국적인 총수와 외국 국적인 총수 간에 구분을 둘 합리적인 이유 자체를 찾기 어렵다.

물론 현행 제도 자체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한계가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공정위 브리핑에서는, 아마존코리아나 페이스북코리아가 대기업 규모로 성장했을 때, 제프 베이조스와 마크 저커버그를 동일인으로 지정해 공정거래법 상 의무를 부여할 것이냐는 의문이 나온 바 있다. 모든 외국 기업에 국내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것은 자명하지만, 총수일가의 전횡과 같은 한국의 특수상황 때문에 존재하는 규제를 외국 기업에 어떻게 적용하는 게 합리적일지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문제는, 대기업 규제에 구멍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경제력 집중과 총수일가의 전횡 등 한국 대기업의 고질적인 병폐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동일인 제도를 합리적이면서도 빈틈없이 개선하는데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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