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가해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항소심 재판부에 호소했다. <사진=뉴시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들이 모인 ‘가습기살균제 참사 10주기 비상행동(준)’이 18일 “가해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항소심 재판부에 호소했다.

앞서 지난 1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SK케미칼, 애경산업, 신세계이마트 등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 임직원 13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1심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피해자들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항소심 공판 준비기일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직원에 대한 형사처벌이 “무엇보다 환경부의 직무유기와 검찰의 뒤늦은 수사, 1심 재판부의 그릇된 판결로 이어지면서 뒤틀린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환경부에도 “국가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낳은 이 엄청난 참사에 이제라도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항소심 공판과정에서 가해기업들의 범죄행위가 제대로 규명돼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촉구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를 원료 물질로 하는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어 팔았다. 신세계의 이마트는 2006년부터 애경 제품을 PB상품 ‘이플러스(또는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로 판매했다. 피해자들이 이들 기업과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검찰은 수사에 착수해 이 가해기업들의 전·현직 임직원 8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피해자들은, 1심 재판부가 “동물실험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니 인체에 대한 노출피해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다는 납득할 수 없는 1심 판결에 분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가해기업들 임직원들에 대한 관련 혐의 재판들과 비교해 SK케미칼 증거인멸 1심 재판만 지연되고 있다”며, “증거인멸사건 1심 재판부가 하루라도 빨리 SK케미칼 임직원들의 범죄행위를 단죄해 주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는 애경 산하 연구소 직원들의 관련 파일을 지우고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며 구멍을 뚫는 등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4월 징역 2년 6월형이 확정됐다. 검찰의 이마트 본사 압수수색 때 담당 직원에게 노트북을 숨기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던 이해주 당시 신세계 이마트 품질관리담당 상무보도 지난해 2월 징역 10월형을 선고 받은 뒤 올해 2월에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을 개발하고 제품들을 만들어 판 SK케미칼의 임직원 6명은 가습기살균제 TF를 꾸려 관련 자료들을 없애거나 숨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최태원 SK 회장이 ESG를 강조하고 있지만 “SK그룹 계열사들에서 증거인멸 범죄를 저지른 전직 검사 박철 씨가 윤리경영 책임자를 맡고 있고, 전직 판사인 양정일 씨가 법무실장이자 준비지원인을 맡고 있다”며, “우리 피해자들은 SK가 말하는 ‘ESG’의 실체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 임직원들을 해임할 것을 SK그룹의 해당 계열사들에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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