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4차 산업혁명 담론이 시작된 이후 서서히 진행되던 디지털 시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디지털 방식은 빠르게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들은 코로나19 이전에 만들어졌으나, 코로나19를 겪으며 새로운 디지털 방식을 체험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기존의 정책을 수정·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는 정보화 시대의 다음 단계로, 디지털이 효율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주류적인 방식으로 자리잡는 시대를 의미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시대를 위한 D.N.A. 정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으로 데이터(data), 네트워크 (network), 인공지능(AI), 즉 D.N.A.라고 정의했다. 특히 보고서는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 대응에서 얻은 경험을 살려서 더 나은 디지털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술 중심의 D.N.A. 도입 정책에 플랫폼과의 통합을 추가해 디지털 시대의 생태계를 완성하고 국민들의 조화로운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디지털 전환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상거래 규모만 봐도 2019년 1조9000억 달러에서 올해 2조7000억 달러로 40.4%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게임·음악·영상 등 디지털콘텐츠 규모는 1800억 달러에서 2100억 달러로 20.3% 증가한다. 배달앱 규모도 110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42.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데이터산업 시장규모는 2019년 기준 16조8693억원이며, 2019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11.3%씩 성장해 2025년 3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 2017년 11월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D.N.A. 중심의 디지털 정책을 추진해 왔다.

◇데이터정책=데이터정책은 크게 공급과 유통으로 구분된다. 데이터 공급정책에는 데이터 댐(data dam)과 데이터 바우처(data voucher)가 있다. 

데이터 댐은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 뒀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18조1000억원을 데이터 댐에 투자해, 38만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디지털 뉴딜’ 계획을 제시했다. 데이터 바우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구매하거나 가공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사업으로, 2021년에 1230억원을 2580개 기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데이터 유통정책은 법·제도 정비와 유통 플랫폼 구축이 포함된다. 국회는 2020년 1월 ‘데이터 3법’ 개정을 통해 가명정보의 유통·활용과 데이터 결합의 가능성을 넓혔고, 데이터 주체의 위임 하에 본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마이데이터(mydata)’ 사업을 허용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가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데이터를 유통·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데이터 댐 개념도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네트워크 정책은 5세대(5G) 통신망이 중심이다.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해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고 많은 생활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빠른 전송속도(초고속), 더 많은 기기와의 연결성(초연결), 지연 없는 연결(초저지연) 등을 특징으로 하는 5G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고, 그 결과 2020년 말 기준으로 5G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으며 기지국도 17만국을 돌파했다. 앞으로 정부는 5G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5G 전국망 조기 구축, 자율주행차·실감콘텐츠 등 5G 융합서비스 활성화, 5G 장비 및 디바이스 산업의 선순환 구조 강화, 글로벌 5G 생태계 선도, 5G 전파자원 확충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인공지능=인공지능 정책은 2019년 12월 발표된 ‘인공지능국가전략’을 기반으로 기술개발, 활용 확대, 안전한 AI 환경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적인 인공지능 기술수준 확보를 위해 중장기 기술개발(R&D)을 추진하고, 사회·경제 각 분야에 인공지능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불법복제품 판독’과 같은 다양한 인공지능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 윤리기준’도 마련했다. 

정부 각 부처들도 해당 업무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들도 인공지능스피커를 이용한 독거노인지원부터 AI클러스터 구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D.N.A. 정책…코로나19 경험 반영해 재정비해야”

보고서는 D.N.A. 정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데이터 분야에서는 어떤 데이터가 좋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전에 도입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데이터의 유통이 제한되고, 그 결과 데이터 목록은 많지만 실제 사용할 만한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따라서 데이터의 공급과 개방을 강요하고 그 실적에 치중하기 보다는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그 데이터를 확보하고 품질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는 접근성·안전성·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보를 저렴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던 기존의 네트워크와 달리 디지털 시대의 네트워크는 자율주행자동차·스마트시티·스마트공장과 같이 중요한 가치 또는 가치와 직결되는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통신망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삶의 기반으로 봐야 한다. 보고서는 초기 기대와 달리 쉽게 확장되지 못하는 5G의 확산을 위해 5G 기지국 수를 확대하고, 조기에 전국망을 구축해 지역 간 네트워크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은 활용확대와 신뢰확보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최근 부적절한 학습데이터 사용으로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 AI 챗봇 ‘이루다’, 충분하지 못한 교통정보 학습으로 인해 인명사고를 일으킨 자율주행자동차 사례 등은 신뢰성과 안전성이 인공지능 기술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지금의 기술·기능 중심의 인공지능 정책과 함께 신뢰성 확보 정책을 균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와함께 플랫폼과 디지털 통합에 대한 우선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D.N.A. 정책이 플랫폼에는 소홀했던 측면이 있는 만큼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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