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랑해’, Various size, acrylic, lacquer spary, steel, 2020.

나는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형태의 불확정성 및 비결정성에 대한 문제에 대한 고찰을 글자와 언어라는 소재와 함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어떻게 관찰되고, 기록되며 의미가 정의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경험과 고민을 통해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하나의 시각적 개체로서 존재할 수 있음과 동시에 셀 수 없이 많은 비시각적 이미지 정보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모든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가 가능하지만 형태적인 의미와 이미지를 떠나 시간, 공간, 경험 등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비결정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무엇을 보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해 집중하며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그 결과는 각각의 경험과 기억 등에 의해서 작품을 통해 수많은 의미가 도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LOVE(side of love)’, 1000×200×1000(h)cm, Color on steel, 2013.

글자는 그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이자 텍스트이며, 정체성이 뚜렷한 기호임과 동시에 상황에 따라 모호한 해석을 하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글자는 항상 ‘상징성’과 ‘알레고리’적 성질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또한 이 지점의 경계에서 해체적인 이미지의 작품을 보여주려 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던 이미지에는 다양한 해석이 공존할 수 있으며, 각각의 수많은 해석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시각적 유한함이 무한한 의미로 확장됨을 선물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의 확장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기억과 경험을 근거로 하는 글자 형태를 통해 표현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들은 ‘사랑’ 같은 감정이나 ‘어’, ‘오’ 같은 의미 없는 감탄사들이다. 심지어는 적나라하게 감정선이 드러나는 욕을 선사하기도 한다. 나의 작품은 이렇게 ‘감정’이란 것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지만, 그것을 정의할 수 없는 지점에서 말을 건네고자 한다.

내가 자주 쓰는 ‘사랑(LOVE)’라는 단어는 그것을 비유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언어적 방식이 존재하지만 그것 자체가 무엇인지 결코 합의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담는 단어이다. 이를 위해 익숙한 형태의 변형, 뒤틈, 보색대비, 중첩과 사라짐 등의 표현 방법을 통해 기존의 글자 형태가 지녀야만 하는 가독성을 제시하며 그 의미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가능하다 하더라도 결국은 의미 없고 허무한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내가 영향 받은 그래피티(graffiti)의 형식을 차용하여 입체적이면서도 회화적인 느낌의 형태를 많이 지닌다.

사실 나는 ‘무엇이 진짜인가’라는 궁금증에 대한 정답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제시되는 시각적인 이미지 안에 있는 다양한 의미들-언어적 비결정성-이 재해석되거나 아니면 차라리 무의미해지기를 원한다. (작가노트, 정리=중기이코노미 객원 예술만세 김현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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