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동반성장지수를 보면 예년과 다른 것이 한가지 눈에 띈다. 등급 용어가 달라진 것이다.

100개 대기업의 2013년 동반성장 실천 정도를 지수화해 평가한 동반성장지수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조사대상인 대기업들을 4가지 등급으로 나눴으나, 등급 명칭이 ‘우수-양호-보통-개선’에서 ‘최우수-우수-양호-보통’으로 변경됐다. 과거에는 최하등급이 개선이었으나, 명칭이 바뀌면서 ‘보통’ 등급이 최하등급의 명칭이 됐다.

동반위는 등급 명칭을 변경한 이유로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사항을 들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대상인 기업들은 협력사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하는 등 동반성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들인데, 최하등급의 명칭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동반위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일단 공정성에서 의심을 받을 만한 지점이 눈에 띈다.

‘이랜드월드’는 협약을 체결했으나 이행실적을 제출하지 않았고, ‘동원F&B’와 ‘이랜드리테일’은 장기간 협력중소기업과 협약을 체결하지 않아 협약평가 점수를 0점으로 받았다. 이 회사들 역시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동반성장을 적극 실천하고 있는 회사들인지 의문이다. 11일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는 “이들 회사들과 같이 ‘보통’ 등급을 받은 다른 회사들이 억울하지 않겠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더 큰 문제는 표준계약서 사용을 비롯한 공정거래 실천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 부분이다.

동반성장지수는 동반위의 중소기업 체감도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를 합산해 도출한다.

공정위가 11일 동반성장지수 발표 자리에서 밝힌 이행평가를 보면 “하도급분야 81개사가 4대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였으나, 협력사 등록 및 취소시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등 그 운용실태에 있어서는 개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거나 “유통분야 16개사가 공정한 유통거래 보장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였으나, 대부분의 기업이 판촉행사, 매입가격 결정 관련 기준과 절차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등 그 이행정도는 대체로 미흡했다”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또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실태는 작년에 비해 개선되었으나, 유통부문에서는 표준거래계약서 문화가 여전히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었다.

여전히 미흡한 기업들이 많고 특히 동반성장에 관한 시스템을 도입하고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된 마당에, 동반위가 최하 등급 명칭을 ‘개선’에서 ‘보통’으로 바꾸고 하위등급 기업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대신 노력해줄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동반성장지수도, 공정거래협약도 결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공정거래를 위한 수단이다. 수단의 힘을 스스로 빼놓고서 어떻게 상생과 공정거래, 동반성장을 이행토록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대기업들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상위등급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현행 제도에 더해 하위등급에 동반성장과 공겅거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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