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명경 서울) 정하연 변호사

국회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2020년 7월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세입자에게 임대차계약(전세)을 갱신할 수 있는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한 바 있다.

그런데 갑자기 세입자에게 갱신요구권이 생기자 이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했다. 법이 시행되기 전에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들은 등기 이전을 하기 전에 세입자가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면서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법이 시행된 이후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청한 경우에는 이미 매매계약이 되었을지라도 갱신요청한 후에 등기를 이전 받게 되면 계약갱신을 거절할 사유로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세입자는 2019년 4월부터 2년간 아파트를 임차(전세)했는데, 2020년 법이 개정된 새 집주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에 앞서, 종전 집주인을 상대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을 주장했다. 종전 집주인은 매매계약 체결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고, 이후 등기를 마치고 소유권을 취득한 새 집주인이 개정 법률상 ‘그 밖에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해 계약갱신 거절이 정당하므로 임대차계약 기간 종료 시에 아파트를 인도하라고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냈다.

최근 법원은 임대인이 매수인을 위해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한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9호 ‘그 밖에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며,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법원은 ‘개정된 주택임대차법은 임차인의 주거권 강화를 위하여 제6조의3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도입하였지만 같은 조 제1항 각호에 임대인의 위 계약갱신요구를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함으로써 임대인과 임차인의 형평을 도모하고 있다’고 판시하면서, 매매계약 당시 갱신요구권이 신설될 것을 알지 못했던 새 집주인의 기대를 보호했다.

세입자가 개정된 법의 적용을 기대하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던 것은 아니기에 세입자 입장에서도 갱신이 거절된다고 해 엄청난 손해가 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실거주 목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던 새 집주인 입장에서는 자금을 매매계약에 다 소진해 아파트를 인도받지 못하면, 당장 오갈 데가 없는 상황이 됐기에 임차인의 갱신요구는 다소 무리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주택임대차법상의 갱신요구권이 시행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임대인의 기대를 보호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형평을 도모한 것이 아닌가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정하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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