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전경<제공=서울시립미술관, 사진=남기용>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별관에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오는 8월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기후미술관:우리 집의 생애’라는 주제로, 세 개의 집에 관한 스토리를 설치와 영상작품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첫 번째 집 ‘비극의 오이코스’에서는 기후변화로 죽어가는 지구의 생태계를 다뤘다. 한라산에서 백두대간까지 집단 고사하는 침엽수, 서식지를 잃고 아사한 동물, 이상기온으로 이어지는 남극과 북극의 해빙,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는 데이터 센터 등의 현실을 영상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두 번째 집 ‘집의 체계:짓는 집-부수는 집’에서는 짓고 부수는 사람의 주택 생애주기를 보여준다.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40%가 건설산업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근대기 이후 우리나라의 살림집과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사물의 생애주기를 보여준다.

전시 전경<제공=서울시립미술관, 사진=남기용>

세 번째로 미술관의 옥상에 설치되는 ‘B-플렉스’는 벌, 새, 나비들의 생존을 돕는 집이다. 새들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시작하는 봄부터 야생벌들이 꽃가루를 모으고 월동 준비를 마치는 초가을까지 설치된다. 벌, 새, 나비들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관람객의 방문은 제한되며, 미술관 마당에 준비된 망원경과 CCTV 화면으로 관람할 수 있다. 환경운동가, 과학자, 건축가 등이 바다의 사막화 현상, 빙하 소실, 해수면 상승, 자원 착취, 폐기물 식민주의와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명이 짧은 주택의 생산, 유통, 건설, 폐기와 같은 사람과 사물의 생애주기도 대형 인포그래픽 영상으로 볼 수 있다.

환경은 물론 생태계까지 파괴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해 전시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탄소배출행위라는 아이러니한 기획이다. 시립미술관에서는 이런 모순된 상황에 처하기 쉬운 전시과정을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해결한다. 전시 그래픽, 전시 가벽, 페인트, 시트지, 인쇄물, 잉크까지 폐기물과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이면지, 모듈형 벽체, 버려진 액자 등을 재사용했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사람과 사람이 만든 사물 그리고 생명체가 공존하는 지구라는 커다란 집의 현실이 어떠한지 직면함으로써 환경을 위한 생활 속 작은 실천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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