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구매할 때 ‘친환경’ 이미지는 하나의 프리미엄이 됐다.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이왕이면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식이 마음 한 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이러한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기업들은 제품 포장지에 ‘초록색’을 입힌다. 그런데 그럴듯한 이미지에 현혹되기 일쑤다. 자세히 살펴보면, 친환경 제품으로 알았지만 ‘초록색 포장’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인 시대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ESG 경영 바람이 아니더라도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제품의 생산부터 마케팅 판매 이후까지 기업이 미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일회용 생리대의 발암물질 논란 등을 통해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판매하는 제품을 있는 그대로 믿고 사용해선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자인 그린슈머(Greensumer)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친환경 관련 소비시장 규모는 2001년 1조5000억원에서 2010년 16조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으며, 2020년 30조원에 이른다.

기업들은 절박하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제품과 포장재의 성분까지 하나하나 살펴보고 구매하는 일들이 많아지며, 각종 친환경 인증과 제품성분 표시에도 공을 들인다. 때로는 무리수도 나온다. 단기적인 홍보효과 만을 노려, 실제 하지 않는 친환경을 꾸며내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 종종 발생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일회용 생리대의 발암물질 논란 등을 통해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판매하는 제품을 있는 그대로 믿고 사용해선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자인 그린슈머(Greensumer)도 늘어나는 추세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린워싱은 기업이 매출증대 등 경제적 이윤을 목표로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A화장품 기업의 가짜 종이병 논란은 국내에서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화장품용기의 겉표면을 종이로 만들고 ‘Hollo, i'm paper bottle’이라는 문구를 크게 적어놓은 이 화장품 용기는 알고보니, 종이 안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용기였다. 

친환경 제품이라면, 다소 비용을 더 주고라도 구입하는 그린슈머에게 이같은 기업의 행동은 실망과 함께 기업으로부터 기만 당했다는 분노를 안겨준다. 이 사례는 두고두고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예로 언급되며, 기업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기후변화 대응이나 환경오염 대책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산업혁명시대 이후로 의존해온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 제품 생산과정에서의 환경영향을 줄이는 일은 캠페인 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그린워싱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법적제재 조치를 마련했다.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선한 의도를 기만하는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기업에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과 법적 제재 방안 등을 제시하고, 소비자에게도 신뢰할 수 있고 손쉬운 친환경 소비방법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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