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물붕괴 참사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사각지대에 해당한다며, 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버스매몰 참사 현장 <사진=뉴시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건물붕괴 참사에도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참사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법 개정이 시급하다. 어떤 유형이건 사상자가 발생하는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엄히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조치도 빈틈없이 추진해야 한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지난 15일 정의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현행법에서는 원청회사인 현대산업개발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의 오민애 변호사는 1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현장 관리책임자 이상의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까지 묻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이긴 하다. 하지만 이미 법이 시행됐더라도 적용이 어려웠을 것이란 설명이다. 

오민애 변호사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구분을 하고 각각 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를 구분해서 정하다 보니까 이 산업재해와 시민재해 모두에 포섭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 것 같다”며, “이렇게 비극적인 사고로 확인된 사각지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법 자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할 것 같고 아직 시행령이 제정이 안 된 상태인데 지금 시행령에서라도 좀 꼼꼼하게 정비를 해서 이런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미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통해 건설현장의 고질적 병폐인 원하청 구조를 바로잡고, 원수급인이 적정한 비용과 기간을 제공하고 안전 관리를 책임지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대재해법의 시민재해 규정을 보완해, 이번 사고와 같은 피해를 법에 포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부가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중대재해법 관련해서는 최근에 평택 사고 이후에 지금 법을 좀 고쳐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런 얘기들이 좀 있다”면서도, “시행이 되기 이전에 법을 바꿔서 하는 건 현실적으로 좀 어려워 보인다”며 법 시행 이후 시행착오 발생 시 정부부처가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처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사각지대가 명백히 드러난 이상, 이를 방치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조속히 법을 개정해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엄히 물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에도 힘써야 한다.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불법 하청 의혹이 있는데, 진상을 규명하고 앞으로 불법 하청이 산업현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비용과 기간 압박 속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하청업체만 책임지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청업체와 발주처의 책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 반복의 고리를 끊겠다는 각오로 정부와 국회가 확고한 대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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