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상습체납자 사이에서 최근 떠오르는 재산은닉 방법은 가상화폐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헌법 제38조에 따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진다. 그러나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억원 이상의 세금을 1년 이상 내지 않은 고액 체납자는 3만8000여명, 이들이 안낸 세금은 37조여원에 달한다.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매년 공개하고 있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징수 실적은 전체 체납액의 1~2%에 불과하다. 문제는 세금을 낼 능력이 있으면서도 세금회피를 위해 재산을 은닉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재산은닉 수단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고액·상습체납자 사이에서 최근 떠오르는 재산은닉 방법은 가상화폐다.

국세청은 앞서 지난 3월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고액체납자에 대해 정부부처 최초로 강제징수를 실시했다.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고액체납자 2416명에 대해 약 366억원의 현금징수 및 채권을 확보한 것이다. 

21일에는 경기도가 지방세 체납자 14만명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보유 내역을 전수조사해, 1만2613명의 체납자가 은닉한 가상화폐 530억원을 적발해 압류 조치했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542억원이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며 상가임대업을 하고 있는 의사 A씨는 2018년부터 재산세 등 1700만원을 체납하고도, 가상화폐 거래소에 비트코인 등 28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유명홈쇼핑 쇼호스트 B씨는 2016년부터 지방소득세 등 2000만원을 체납중이면서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5억원을 은닉하고 있었다.

재산을 은닉하면서까지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이들은 5~10년 동안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 징수권이 소멸된다는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를 악용하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27조에 따르면, 국가가 독촉납부최고 등 세금징수 권리를 일정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징수권리가 소멸된다.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는 체납액 5억원 미만인 경우 5년, 체납액이 5억원 이상이면 10년이다. 이 틈을 노린 ‘국세 소멸시효 브로커’도 등장했다.

국세청이 소멸시효가 다 되기 전에 시효를 중단시키거나 정지시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빈틈이 많은 법은 새로운 조세회피 방법과 재산은닉 수단을 탄생시킨다. 법이 정한 세금을 체납하고, 체납자들의 은닉재산을 찾아내는데 정부 재원을 낭비하는 것은 이중손실이다. 낭비되는 세금으로 법의 빈틈을 메우는데 집중하면 어떨까 한다. ‘국세징수권 소멸시효’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이나, 국세 소멸시효 브로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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