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규제가 급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박이 이어졌다. 전세계 기업들이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환경(E)과 사회(S), 그리고 지배구조(G)를 화두로 삼는 ESG 경영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 한국 대기업들은 규제의 영향을 침소봉대하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

최근 전경련은 기업규모별로 차등 적용되는 대기업 관련 규제가 올해 5월 기준으로 275개이며, 2019년 8월보다 87개가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중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이 41개, 공정거래법이 36개의 규제를 신설했다고 했다.

이에 공정위는 설명자료를 통해, “2020년 12월 규제개혁위원회는 대기업집단 관련 신설·강화 규제를 총 6개로 판단한 바 있으며, 현재 규제정보포탈에는 이를 포함한 총 36개가 공정거래법령 상 대기업집단 관련 규제로 등록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규제의 총합이 36개이니, 신설 규제가 36개라는 전경련의 계산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공정위는 또 신설 규제 6개가 무엇인지도 설명했다.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및 공시의무 신설, 해외계열사 공시의무 부과, 사익편취 규율대상 확대 등이다.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재개발현장 참사나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통해, 산업재해 근절이 여전히 머나먼 목표라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사진은 현대산업개발의 광주재개발 붕괴 참사 현장 <사진=뉴시스>

금융보험사 의결권이나 공익법인을 통한 우회 지배, 불투명한 해외계열사 문제는 이미 다수의 기업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사안들로, 오랜 기간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들이다. 개별 규제들의 필요성이야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일괄적으로 신설된 규제라 묶는 것은 전경련의 무리수라 하겠다.

공정거래법 외에 다른 규제들까지 함께 보면, 이들을 모두 “대기업 차별규제”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 없는 행위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전경련은 2019년 8월 이후 신설된 “대기업 차별규제”의 예시로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 고용의무 신설도 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재개발현장 참사나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통해, 산업재해 근절이 여전히 머나먼 목표라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게다가 인원수가 많고 규모가 큰 사업장일수록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경우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추론이다. 이런 규제의 신설이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차별이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준법 경영이나 ESG 경영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환경변화의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다. 평상시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등한시한 기업들은 급격한 글로벌 경영 환경변화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산업안전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의 규제를 대기업에 대한 차별로 치부하기엔 글로벌 경영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대기업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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