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진성준 의원실, 민형배 의원실, 이동주 의원실, 이정문 의원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위원회 등은 ‘대규모점포 입점점주협의회 발대식 및 법·제도 개선을 위한 좌담회’를 28일 공동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2. 홈플러스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3월 임대료와 관리비로 총 매출의 4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출해야 했다. 임대료와 관리비 기타 운영비용을 지불하고 나니 큰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었고, B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의 기간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로 매출이 저조한데 임대료 등을 고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대형마트 등의 입점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정액임대료와 정률임대료를 혼합한 최소보장임대료(혼합수수료)로 인해 입점업체들이 적자 영업을 감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소보장임대료는 아웃렛,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등의 입점업체 매출액이 일정 수준 미만일 때는 최소 정액 임대료를 내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매출과 비례해 정률로 임대료를 내는 방식을 말한다.

양창영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28일 열린 ‘대규모점포 입점점주협의회 발대식 및 법제도 개선을 위한 좌담회’에서 ‘대규모점포 입점점주 실태와 현 제도개선 방향’ 발제를 통해 이러한 최소보장임대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대규모 점포의 수가 늘어나면서 대규모 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입점업자 그리고 소비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얽힌 공간으로 자리잡았다”며, “그러나 대규모 유통업자와 거래하는 납품업자 또는 입점업자들은 거래상 지위가 열위에 있어 불공정한 거래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입점업체 매출 줄었지만 비용은 증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대규모 유통업체 입점업체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임대료나 관리비 등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입점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유통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아웃렛, 복합쇼핑몰(복합쇼핑몰-스타필드, 아웃렛-신세계), 백화점(롯데, 신세계, AK), 대형마트(홈플러스, 롯데)의 일부 유통 브랜드는 정률과 정액 수수료 중에서 큰 금액을 기준으로 최저수수료 보장형태의 혼합수수료 방식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최소보장임대료제로 계약한 비중은 백화점 0.05%, 대형마트 4.2%, 아웃렛·복합쇼핑몰 10.3% 등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약기간의 갱신 시점에 최소보장임대료를 재계약 조건으로 강요하고 있어, 향후 피해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 최소보장임대료 불공정약관 심사 무혐의 결정

공정위는 최소보장임대료 약정 내용에 관한 불공정약관 심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매출 저조로 인한 경영상의 위험은 임차인이 부담한다 ▲매출액이 적은 경우 최소보장임대료만 지급하면 된다 ▲최소보장임대료 기준이 일률적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하다고 볼수 없다(매출액이 적은 경우 최소보장임대료 약정이 정액제에 비해 유리하고 매출액이 많은 경우 정액제가 최소보장임대료 보다 유리할 수 있음) ▲계약 체결시 향후 매출 예상이 어려워 혼합형 임대료 방식을 활용해 시장거래를 활성화 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했다.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에 입점한 입점점주들이 28일 대규모점포 입점점주협의회 발대식을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에대해 양 변호사는 공정위가 최소보장임대료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영업실적이 양호한 경우 정률제가 적용되므로 대규모 유통업자는 더 많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고, 임차 입점업자는 영업이익이 늘어나게 되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 등 특별한 상황에서는 임차 입점업자의 매출액이 급감하게 되고 매출액 대비 임대료 비율은 크게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임대업자는 영업실적 하락과 비용부담 증가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최소보장임대료라는 저지선에 의해 대규모 유통업자는 임차 입점업자의 영업실적과 무관하게 임대료를 회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불공정약관 심사에서 기준매출액을 넘어서는 구간을 주목해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양 변호사의 설명이다.

“최소보장임대료 약정에 한계지점 설정할 필요 있다”

양 변호사는 대규모 유통업자의 최소보장임대료 약정 자체의 한계지점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보장임대료제도에서는 기준매출액보다 낮은 매출을 달성했을 경우 수수료를 지불하고 재료비,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수입이 적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매출이 떨어지는 경우 정액임대료를 자동으로 감액할 수 있도록 한계지점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양 변호사의 제안이다. 매출액 대비 임대료 비율이 기준매출액의 2배를 넘어설 수 없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양 변호사에 따르면, 입점업체들의 계약기간은 1년으로 하고 갱신하는 경우가 많지만 1년 이하의 기간으로 입점계약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한 경우는 계약기간이 3~6개월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마땅히 받아야 하는 장사의 결과인 정산금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불투명한 관리비를 부과하는 등 불공정거래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변호사는 입점계약을 갱신하면서 최소보장임대료제로 전환하는 행위가 임차 입점업자에 대한 불이익제공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한 ‘대규모유통업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돼 심의 중에 있다며, 이 법의 개정으로 최소보장임대료 약정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