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멜론운영자인 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부당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뉴시스>

SK텔레콤이 온라인 음원서비스 멜론의 시장지배 안착을 위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멜론운영자인 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향후 금지의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2010년과 2011년 로엔엔터테인먼트와 휴대폰 결제 청구수납대행 계약에서 합리적 이유없이 타사보다 크게 낮은 수수료율울 적용했는데, 이것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계열사 부당지원에 해당한다는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통상 계열사 부당지원은 지원을 한 주체와 지원받은 계열사가 함께 제재를 받지만, 이번에는 지원주체인 SK텔레콤만 제재를 받게 됐다. SK텔레콤이 멜론 서비스와 운영사를 이미 매각했기 때문이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SK 기업집단에서 계열 제외된 후, 2016년 카카오에 인수되면서 사명이 카카오엠으로 변경됐다. 이어 2018년에는 카카오에 흡수합병됐다. 올해 다시 멜론사업부문 분할로 멜론컴퍼니가 신설됐다.

SK텔레콤은 2009년 당시 계열사였던 로엔에 멜론 사업부문을 양도했다. 멜론의 운영주체가 SK텔레콤에서 분리됨에 따라 로엔은 다른 음원사업자와 같이 이통사인 에스케이텔레콤과 휴대폰 결제 청구수납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2009년 당시 수수료율은 음원사업자와 유사하게 5.5%였다. 그런데, 2010년과 2011년 합리적 이유 없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인 1.1%로 인하해줬다. 이를 통해 로엔으로부터 52억원 가량을 받지 않은 것으로 공정위는 추산했다.

SK텔레콤은 이후 멜론이 음원서비스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한 2012년 로엔에 대한 청구수납대행 수수료율을 2009년과 동일한 5.5%로 다시 인상했다. 당시 음원사업자와 청구수납대행 사업자간 수수료율은 약 5.5~8% 수준이었다.

◇법 위반 우려 알고도 부당지원=공정위는 SK텔레콤의 내부자료를 근거로, 계열사 부당지원이 “경쟁이 심화되고 있던 2010~2011년 온라인 음원서비스 시장에서 멜론을 양수한 로엔이 비용 부담 없이 조기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비용부담을 줄여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당시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은 스마트폰의 등장, 포털사업자의 신규 진입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불확실성이 증가되던 시기였다.

부당지원 결과, 로엔은 수수료로 지급했어야 할 비용을 영업 등에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1위 사업자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부당지원을 받은 기간 동안 멜론의 스트리밍상품 점유율은 2009년 4위에서 2010년 1위로 뛰어올랐다. 다운로드상품은 2009년 2위에서 2010년 1위로 상승했다.

전체 점유율은 계속 1위였으나, 2위 사업자와의 점유율 격차는 2009년 17%p에서 2010년 26%p, 2011년 35%p로 대폭 확대됐다.

공정위는 또, SK텔레콤 역시 이같은 행위가 부당지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확보한 SK텔레콤 내부자료에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 Risk에 노출”, “SKT 경영감사 지적 사항에 따른 공정거래 리스크 제거”, “공정위의 발견 가능성 및 법적 Risk가 대단히 높음” 등의 표현이 있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시장 선점효과가 중요한 초기 온라인 (모바일) 음원서비스 시장에서 대기업집단이 자금력을 이용해 계열사를 지원하여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한 위법행위를 확인·시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특히,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중요하고, 마케팅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므로 이 사건 자금 지원은 로엔이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도 경쟁질서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지원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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