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아이들은 추억을 쌓을 기회를 잃었다. 안전상이라는 명분에 소풍이며, 운동회며, 수학여행 등은 대부분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방과 후 운동장에는 뛰어노는 아이들이 없었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또다시 걸어 잠근 학교 정문을 바라보며,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사고가 날 여지를 없애는 보다 편한 길을 택한 비겁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27일 광화문 광장 남측의 세월호 기억공간을 자진 철거하고, 광화문 공사가 끝날 때까지 서울시의회로 공간을 이주하기로 했다. 공사가 끝난 이후 기억공간의 존치 여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7년이 됐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더 안전한 곳이 되었을까. 여전히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은 채, 현재 진행 중인 세월호 특검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우리 사회가 사고와 안전에 더욱 예민해진 것은 맞다. 그러나 이윤과 효율은 여전히 안전의 가치를 앞서고 있다.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몸을 사리는데 더욱 집중하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어른의 모습은 그대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사람들은 쓰러져 간다. 국가도 사회도 죽어가는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그때마다 세월호가 소환되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의 뼈아픈 교훈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마찬가지 뒤따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잘못 판단하고 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유가족 만의 공간이 아니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안전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모인 공간이다. 오 시장의 말처럼 스스로가 일개 공무원일 뿐이라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최소한의 과제도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기억공간 철거를 강행해서는 안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에 세월호 기억공간을 마련하고, 생명과 인권과 안전이 최고의 가치로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과 뜻을 함께 해야 한다.

오 시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와 빗대며 우롱하고 유가족과 관련단체의 활동을 ‘시체팔이’라고 비하하는 세력들과 같은 마음이라면, 국민의 안전보장을 촉구하는 촛불시민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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