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아무 책임 안 지겠다는 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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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거래소, 아무 책임 안 지겠다는 약관 공정위, 8개 거래소에 시정권고…불공정약관 15개 유형 약관법 위반

기사입력2021-07-28 15:35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약관법을 위반해 무효인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약관 15가지 유형에 대해 공정위가 시정권고를 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공정거래위원회는 8개 가상자산사업자가 사용하는 이용약관을 심사해, 약관법 위반 등을 이유로 15개 유형의 불공정약관 조항에 대해 시정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조사대상은 지난 4월20일 기준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인증을 획득한 16개 사업자다. 이중 규모가 큰 두나무, 빗썸코리아, 스트리미, 오션스, 코빗, 코인원, 플루토스디에스, 후오비 등 8개 주요 업체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나머지 8개 업체는 서면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시정권고는 현장조사 대상인 8개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우선 심사결과다. 공정위는 나머지 서면조사 8개 업체에 대해서도 사업자들이 제출한 이용약관을 검토 중에 있으며, 불공정약관 조항에 대한 조치를 올해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15개 불공정약관 유형은 대부분 약관법 위반에 따른 무효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회사는 아무 책임 안지는 부당한 면책조항=대표적으로, 8개 거래소 모두는 약관에 부당한 면책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회원이 변경사항을 회사에 알리지 않거나, 회사의 통지를 회원이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불이익 등과 회사에 링크된 사이트와 회원간에 행해진 거래에 대해 회사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이다.

공정위는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제외하고는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행위로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했을때 사업자는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민법상 기본원칙이라고 지적했다.

또, 회원이 자신의 변경사항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도 회사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때까지 회사의 모든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부당하며, 회원이 통지를 확인하지 않아 입은 손해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도 일정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회사의 면책을 규정한 약관은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고 사업자가 부담할 위험을 고객에 전가하며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약관법 위반이라고 봤다.

8개사 모두의 약관 개정 조항 역시 문제가 됐다. 약관 개정시 사이트를 통해 7일 이전에 공지하고, 고객에 불리한 경우에만 30일 이전에 공지한다는 약관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고객에게 불리한 경우 등 고객의 권리 또는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이 변경되는 때에는 고객이 그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개별적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은 중요내용 변경 여부와 상관없이 1개월 사전 공지하도록 하고 있는 점에 비춰도 7일의 공지기간은 부당하게 짧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은 약관법 위반으로 무효가 된다.

◇최소 출금 금액보다 적으면 환불 없이 소멸=일부 회사들은 환불이나 포인트 삭제 등의 조항에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규정을 적용하기도 했다.

2개사의 경우 선물받은 콘텐츠, 이자 수입, 절사된 금액에 대한 보상은 환불되지 않으며, 최소 출금 가능금액보다 적은 잔고는 반환되지 않거나 이용계약 해지 시 모두 소멸된다고 규정했다.

공정위는 민법을 근거로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의 이용과 관련해 발생하는 이자 수입 등이 있는 경우 그것이 고객의 재산권 내지 활동에 기반해 발생한 것이라면 정당한 이유가 없는 이상 고객에게 반환돼야 한다”고 했다. 이자나 최소 출금 가능금액보다 적은 잔고를 반환하지 않는 약관은 “계약의 해제·해지로 인한 고객의 원상회복 청구권을 부당하게 포기하도록 하거나,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약관법 위반에 따른 무효라는 해석이다.

3개사는 약관에서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회사 사정 등에 따라 수시 변경 등이 가능하도록 하고, 고객에게 지급된 포인트를 명확한 기준이나 사전 안내 없이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공정위는 서비스의 변경·종료 등이 고객의 계약상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 그 사유는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고, 사업자가 임의적으로 제공한 이벤트성 포인트는 사전에 안내된 합리적인 사유를 기반으로 취소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은 약관 역시 약관법 위반으로 무효로 봤다.

공정위는 이번 불공정약관 시정권고와 함께 “한국블록체인협회에 소속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불공정약관 조항을 자율시정토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