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학생 107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가 흥미롭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50개사를 대상으로 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했는데, 카카오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9년에 1위였던 네이버는 지난해 3위로 순위가 떨어진데 이어, 올해는 5위로 내려앉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이 조사가 올해 6월 하순부터 7월 초순 사이에 이뤄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네이버 노동자 사망사건 발생이 바로 5월25일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직장내 괴롭힘이 원인이란 의혹이 일파만파 커졌고, 결국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나섰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성남지청의 특별 근로감독 결과 직장내 괴롭힘은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7일 고용노동부는 “사망한 노동자는 직속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겪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의도적으로 배제됐으며,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신체적인 고통을 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직장내 괴롭힘을 방지하지 못한 네이버는 사후 대처에서도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았다. 법률은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직장내 괴롭힘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네이버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 결과, 사망한 노동자가 직장내 괴롭힘 피해를 입은 것이 확인됐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특별근로감독 자체는 처벌 보다 문제점 진단과 해결책 모색이란 의미가 더 강한 것이 사실이지만, 명백한 법 위반을 봐주기식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대표이사를 포함한 최고 경영진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2016년 넷마블 과로사 이후에도 게임업계를 포함한 많은 IT기업들이 장시간 근로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근로감독을 받았다.하지만 네이버와 같은 국내 최대의 IT기업에서도 직장내 괴롭힘을 비롯한 다양한 위법사항이 적발됐다. 처벌이 강하지 못했다거나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부재했다는 등 여러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예상되는 원인을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챙겨야 한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요 IT기업들의 기업문화 개선을 지원함과 동시에 직장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조사와 근로감독을 약속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한번에 뿌리를 뽑고 해결을 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지속적으로 근로감독과 강도 높은 처분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넷마블 과로사 사건 전후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표현인 ‘블랙기업’이란 흉흉한 말이 젊은 세대들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특정 기업 한두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정부와 기업이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모든 불합리의 근절에 힘쏟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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