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지난 6월 18일 국회 교통위원회에 참석해, 광주 붕괴 사고에서 재하도급 사실을 몰랐다고 답변했다. <사진=뉴시스>

앞으로 건설공사에서 불법하도급을 준 업체뿐만 아니라 받은 업체, 발주자와 원도급사까지 관계자가 모두 처벌을 받게 된다.

광주 붕괴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불법재하도급이 지목되자, 정부가 해체공사 안전강화 방안과 동시에 건설공사 불법하도급 차단 방안을 10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 6월 광주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사망 9명 등 시민 17명이 피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의 배경 중 하나로 불법재하도급을 꼽았다. 3.3제곱미터당 28만원으로 책정된 해체공사비가 무려 84%나 삭감된 4만원으로 불법재하도급된 사실이 드러난데 따른 것이다.

사고 이후 원도급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과와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하도급사인 한솔기업과의 계약 외에 재하도급을 준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경찰 조사결과 한솔기업이 지역 건설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사실이 드러났지만, 권순호 HDC현산 대표이사는 국회 교통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재하도급 사실을 몰랐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HDC현산이 불법하도급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형사처벌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불법하도급을 지시하거나 공모했을 때는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지시나 공모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원도급사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후자의 경우 현행법상 불법하도급에 대한 처벌대상은 재하도급을 실제로 준 업체뿐이다.

정부는 발주자나 원도급사가 비용증가·행정부담 등을 우려해 불법하도급을 묵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불법하도급의 비용이 이익보다 큰 구조를 만들어 불법하도급을 차단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미 금지인 불법재하도급, 책임 더 강화=다단계 불법하도급은 도급 과정에서 공사비 누수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무리한 원가절감이 부실시공과 안전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 과정에서 분업을 통한 시공 효율화를 위해 건설공사의 하도급을 허용하지만, 피라미드식 다단계 하도급의 폐해를 막기 위해 허용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는 시공사 간 경제적 이해관계 일치, 발주자와 인허가청의 통제수단 부족으로 불법하도급이 관행화되고 있다.

기존에도 불법하도급 3진 아웃제 도입, 불법하도급 시 공공공사 입찰 제한 등을 추진해왔으나, 단편적 제도개선에 그쳐 현장 이행력은 낮은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불법하도급에 대한 발주자의 사전 차단장치와 인허가청의 사후 처벌기능을 강화하고, 시공사 간 경제적 이해관계의 고리를 끊어 불법의 공생구조를 상호 감시와 고발 구조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발주자의 불법하도급 사전 차단장치를 강화한다. 현재 민간 발주자는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공공공사와 달리 민간공사의 감리에게는 하도급 관리의무가 없다.

앞으로는 민간 주택·건축 공사의 경우에도 공공공사처럼 감리자에게 하도급 관리의무를 부과해 하도급의 적법성을 검토하고 발주자에게 보고토록 한다.

현장대리인 투입계획 등 정보제공 대상도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서 1억원 이상 공사계약으로 확대한다.

인허가청의 불법하도급 사후 처벌기능도 강화한다. 국토부와 지자체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단순 행정조사가 아닌 공식수사를 통해 불법하도급을 적극 단속할 계획이다.

입찰참가 제한 대상도 확대한다. 현재는 제한 대상이 불법하도급을 준 업체에 한정되고 제한기간도 최장 1년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불법하도급에 가담한 원도급·하도급·재하도급사 모두에 법정 최대치인 2년까지 공공공사 참여를 제한하고 해당업체의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해, 불법하도급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액의 최대 10배를 배상토록 한다.

발주자와 원도급사가 불법하도급을 묵인하지 않도록, 불법하도급을 준 업체에게 공사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받을 수 있게 하고, 계약해지권도 부여한다. 자진신고에 대한 처벌 면제와 신고포상금도 도입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건설현장에서 최대한 조속히 안착 되도록 국회와 협력해 관련 법률과 하위법령을 연내에 개정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노형욱 장관은 “건설업체들이 이번 대책으로 한 번의 불법과 부실시공으로도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건설현장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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