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은 방을 덥히기 위해 피우는 불이다. 그러나 때로는 군불이 방을 덥히는 1차 목적을 넘어 무쇠 솥을 데워 소여물이며, 대가족 밥을 짓는데도 사용됐다. 하지만 그 열기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경우는 필요 없이 때는 불이 되기도 한다. 흔히 ‘군불만 피운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작 필요한 것은 하지 않고 엉뚱한 열기만 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3일 가석방된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세계경제를 고려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 가석방을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다. 경영계와 보수 야당에서는 대체로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여당과 시민사회단체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국정농단 경제범죄자에 대한 가석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깃털같이 가벼운 형을 선고한 것도 감당하지 못할까봐 솜털같이 가볍게 공정을 날려버린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결정을 앞두고 사회 곳곳에서는 군불이 제법 짚여졌다. 그 선봉에는 경제계와 언론계가 있었고, 정치권이 가세해 화력이 극대치까지 올라갔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3일 가석방된다.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을 앞두고 사회 곳곳에서는 군불이 제법 짚여졌다. 그 선봉에는 경제계와 언론계가 있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서도 유불리에 따라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군불을 피웠다. 국가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거나, 국민정서라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상황이 어찌됐건 이재용 부회장은 그들이 피운 군불 열기에 맞춰 수감 생활 200여일 만에 완전하지는 않지만 다시 사회로 복귀한다. 방을 덥히기 위한 목적이 아닌 군불에 뽀얀 밥만 제대로 익혀진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따뜻한 방에서 푸짐하게 한상 차려진 밥상을 받는 것 뿐일까.

그러나 오산이다. 군불에 덥혀진 방안 아랫목 장판이 검게 눌러 탄 것을 본 적이 한두 번 있을 것이다. 과도한 열기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칫 그 뜨거움을 감당하지 못해 선명하게 흔적이 남을 정도로 화상을 입기도 했다.

또다시 재벌총수가 경제범죄를 범하고도 형기를 채우지 않고 출옥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다수의 국민이 가석방을 바란다는 여론조사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신뢰를 떠나, 들불처럼 타오르는 민심도 있다. 그 민심은 이 부회장 가석방을 위해 시나브로 집힌 군불을 만나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이 부회장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회복한다면 들불은 여차하면 혹독한 자세를 취할게 틀림없다. 정부와 국민이 생각하는 가석방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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