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의 일방적인 계약해지와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도매대리점이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 LG생활건강을 신고한데 이어, 부당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라며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에대해 LG생활건강은 정상적인 계약해지이며, 대리점과 상생을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맞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 도매대리점이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은 ▲계약의 부당해지 ▲내부정보 제공 등 기타의 사업활동방해 ▲거래상 지위의 남용 중 이익제공강요 ▲공정거래법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이다.

LG생활건강과 계약이 해지된 도매대리점이 광화문 LG생활건강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부당한 해지를 철회하고 대리점에 피해보상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계약의 부당해지=A씨는 21년 전 LG생건의 대리점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2010년부터 LG생건 도매대리점을 운영해왔다. LG생건의 대리점은 전국에 119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A씨의 대리점을 포함한 3곳은 도매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도매대리점으로 대리점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LG생건은 지난해부터 전국 대리점을 위탁대리점으로 전환하려 했으나, 대리점들의 반발로 위탁대리점 전환을 추진하지는 못했다. 대신 ‘소매점활성화 정책’에 따라 대리점 구조를 소매점 판매 위주로 전환하며, 도매점 판매에 대해 그동안 지급해오던 장려금 지급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도매점 거래가 많지 않은 다른 대리점들과 달리, 도매점 영업이 주를 이루는 A씨 등 3개 도매대리점은 받아들일 수 없는 계획이었다.

3곳의 도매대리점은 도매점 판매장려금을 중단하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위탁대리점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LG생건과 협의했다. A씨를 포함한 도매대리점 3곳은 올해 1월26일 위탁대리점 전환 내용을 포함하는 조건변경동의서에 도장을 찍어 본사에 넘겼다고 한다. 위탁대리점으로 변경을 하지 않을 경우, 대리점 운영이 더 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생건은 3월4일 위탁대리점 전환 계획을 전면 취소하게 됐다고 통보하며, 5월31일을 끝으로 대리점 계약관계를 종료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도매대리점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정우의 차태강 변호사는 도매대리점들은 LG생건과의 관계를 고려해 원하지 않는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LG생건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LG생건 관계자는 소매활성화 정책에 따라 도매점에 공급하는 제품에 대한 판매 장려금을 중단하기로 해 도매대리점과의 상생차원에서 위탁전환을 검토하는 상황이었다며, 위탁전환을 약속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A씨는 LG생건에서 위탁전환을 포함하는 계약조건변경 내용을 공문으로 보내왔고, 1월26일에는 계약조건변경서에 도장까지 날인해 보낸 상황에서 위탁판매대리점으로 계약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내부정보 제공 등 기타의 사업활동방해=3곳의 도매대리점 등은 위탁대리점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LG생건의 요청에 따라 도매대리점의 거래처, 사업자등록증, 이메일 주소, 상품실판매단가, 현재 거래유무 등의 내부자료를 제공했다.

이에대해 LG생건은 위탁대리점 전환 검토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자료제공 요청이었으며, 계약해지 후 해당 자료 등은 모두 폐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차 변호사는 LG생건이 거래 대리점의 내부자료를 부당하게 제공받은 것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의 사업활동방해 행위 중 기타의 사업활동방해에 해당한다며, LG생건에서 해당 자료를 폐기했다고 주장해도 자료를 제공받고 계약을 해지한 것은 불공정한 거래라고 했다.

◇제품 구매강요 등 거래상 지위의 남용 중 이익제공강요=A씨는 LG생건으로부터 부당하게 선물세트 매입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LG생건의 상무가 직접 찾아와 선물세트 매입을 설득했고, LG생건의 담당팀장이 A씨의 법인카드로 할인점에서 물품을 구매했다고 주장했다. LG생건 담당상무, 팀장과 주고 받은 SNS 메시지. <자료=LG생건 대리점주>

A씨의 설명에 따르면, LG생건이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 대비 할인점 매출액 및 점유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6년경부터 할인점에서 선물세트를 매입할 것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2017년 1월경에는 LG생건 임원이 직접 찾아와 세트상품 매입을 설득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후 LG생건 팀장 두명이 세트상품 구매 수량 및 구매처 등을 카카오톡으로 지시하고, A씨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가 제품을 구매했다고 주장했다. LG생건이 A씨의 법인카드로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에서 구매한 선물세트의 구매금액은 약 2억원에 달한다.

차 변호사는 직접거래 상대인 LG생건이 아닌 할인마트를 통해 구매를 강요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 중 이익제공강요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LG생건 측은 마트에서 유통되는 이머징 매출이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보다 적다 보니 대리점이 마트에서 구매하도록 한 것이라면서도, 대리점도 중국 판매를 위해 해당 제품을 구매하길 희망했기 때문에 강매가 아니었고, 대리점주도 페이백도 받고 본사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손해보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할인점을 통해 적립한 카드포인트는 3만원에 불과하다며, 본사를 통해 정상구매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장려금은 통상 14%를 적용했을 때 최대 2800만원에 이른다고 했다. 또 본사가 아닌 타 채널과의 거래가 계약해지 사유가 될 수 있는데, 본사의 요구가 아니라면 할인점으로부터 물건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부당한 해지를 철회해야 vs 정상적인 거래계약 종결

한편, A씨는 LG생건이 대리점 계약해지를 위해서 계약만료 1개월 전에 서면으로 계약해지 의사를 표현해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없이 해지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리점 계약을 하면서 계약서를 대리점주에게 제공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는 계약체결 즉시 거래내용이 명시된 계약서를 대리점에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5조의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LG생건 관계자는 계약서는 대리점에 계약 후 모두 전달됐으며, 서면으로 계약갱신거절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지만, 위탁대리점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과 같은 계약방식으로 거래를 계속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공방이 예상된다.

현재 A씨와 도매대리점들은 광화문 LG생건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부당한 해지를 철회하고 대리점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A씨는 “20년 넘게 LG생건 제품만 취급하며 LG생건과 함께 했는데, 채무를 해결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하루아침에 거래 거절을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LG생건이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LG생건 관계자는 “지난해 대리점 거래계약을 종결할 것을 알렸고, 오랜 거래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에 위탁대리점으로의 전환을 검토했지만 내부시스템이나 여러 문제들로 인해 위탁대리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리점들과는 정상적인 거래 종결을 진행했으며, 거래 종결에 따른 보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대리점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대리점 측에서 공정위에 제소한 상황이어서 공정위에 성실히 소명하고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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