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스티커 갈이’로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의 유효시간 표기를 속이고 버거를 생산해 판매한 맥도날드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마땅히 지켜야 할 식품안전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저버린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맥도날드가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에 소비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이 사건의 발단은 식품안전 문제였다. 그러나 글로벌기업 맥도날드의 미숙한 대처로, 보이지 않았던 알바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폐기 대상 햄버거 빵과 또띠야에 유효기간 스티커를 새로 부착해 재사용한 사실이 KBS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맥도날드는 입장문을 통해 이를 시인하면서도 해당 직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빚어진 일로 본사의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 또 내부 규정에 따라 관련자 인사 조치 등의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혀, 회사의 책임을 회피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심지어 스티커 갈이를 지시한 책임자가 아닌 그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알바 노동자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을 덮기 위해 해당 매장 알바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 것에 대해 공분을 산 것이다. 또, 맥도날드가 내놓은 유사사례 방지 대책에는 알바 노동자에게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배달 라이더의 출입을 막겠다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 이러한 조치가 본질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이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알바 징계 철회를 촉구하며 불매운동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사진=알바노조>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맥도날드 알바는 범죄자가 아니’라며, 부당한 징계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자신이 맥도날드에서 1년 넘게 일하고 있는 알바라고 밝히고, 자신이 일하는 매장에서도 스티커 갈이는 일상적으로 이뤄져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매장까지 확대해서 조사하다보면 이렇게 책임을 뒤집어쓰는 알바들이 계속 생길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했다.

알바노조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맥도날드의 스티커 갈이와 관련된 추가 공익제보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알바들의 현장 증언 이야기들을 발표했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알바노동자의 중징계가 철회될 때까지 맥도날드를 불매하겠다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4세 어린이가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고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햄버거병 사태는 결국 맥도날드의 무혐의로 끝났지만, 당시에도 맥도날드는 검찰수사 과정에서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이 재수사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로 지난해 취임한 앤토니 마티네즈는 호주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하다가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맥도날드에서 젊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알바 직원들은 어쩌면 마티네즈 대표를 바라보며 꿈을 키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회사의 부도덕한 사건의 책임을 말단 직원에게 미루려는 행태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글로벌기업 다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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