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Bell series, Gelatin silver print, 29.5x40cm, 1974. <사진제공=한미사진미술관> ©바츨로바스 스트라우카스
빙하로 조각된 나라, 리투아니아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린다. 한미사진미술관은 한국과 리투아니아 공화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Uncoverings:리투아니아 사진의 정체성 탐구’전을 오는 9월11일부터 11월20일까지 선보인다.
지난 60년간 리투아니아 예술사진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리투아니아 국립미술관의 이른바 황금작품 목록을 아우르는 다양한 시기의 소장품과 사진작가 22인의 작품 91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품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총 3부로 구성했는데, 소비에트 연방의 지배와 독립이라는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가들이 어떻게 사진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왔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소비에트 시대의 현실을 증언한 다큐멘터리
Nude, No.8, Gelatin silver print, 22x15.5cm, 1982. <사진제공=한미사진미술관> ©뵬레타 부벨리테
제1부 현실을 통한 정체성에서는 소련의 식민지 지배를 받던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사진의 궤적을 살핀다.
이번 전시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평탄치 않았던 리투아니아의 근대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발트해 연안에 위치해 있는 리투아니아는 18세기 말까지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으로 있다가, 1795년 폴란드가 분할되면서 러시아 제국으로 편입된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 때 독립했으나, 1940년 다시 소련에 의해 강제 점령돼 소비에트 공화국의 일원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1991년 9월 소련의 쿠데타 실패 후 독립을 하게 된다.
사진을 독자적인 예술분야로 인정하기 시작한 이 시기에 사진작가들은 현실을 기록하고 증언하는 도구로써 사진을 다뤘다. 소련의 검열 아래 주로 목가적인 농촌의 풍경과 생활상을 서정적으로 담은 사진가들이 다수였지만, 반대로 잔혹하리만큼 사실적으로 희비가 뒤섞인 현실과 불완전한 인간상을 포착한 이들도 있었다. 엄혹한 시기에 작가들은 검열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유롭고 평범한 개인의 초상, 일상을 찍다
제2부 사물을 통한 정체성에서는 1990년대에 활동한 사진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이른바 침체기로 불리는 레오니트 브레주네프 정권(1964~1982)의 집권이 끝나고,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던 역사적인 시기다.
She or Is series, Pigment print, 70x40cm, 2010. <사진제공=한미사진미술관> ©아크빌레 앙글리츠카이테
자유국가로서 리투아니아의 출발을 알렸던 당시의 작품들은 사회적 현실보다는 주변의 평범한 일상을 담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역사와 함께 호흡하는 희비극적인 인간상보다는 세상과 분리된 채 자유를 영위하는 개인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리투아니아의 새로운 정체성, 개념의 시대
200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을 소개하는 제3부 개념을 통한 정체성 편에서는, 디지털 사진의 등장 이후 리투아니아 사진의 변화된 지형도를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작가들이 사진 언어의 새로운 표현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정형화된 해석과 관점에 균열을 내고 그동안 자명한 진리라 여긴 것들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들이 많아진 시기다.
작품 속에는 리투아니아의 정체성은 불안정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실체라는 것이 표현된다. 동시에 사진 매체의 정체성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와 개념미술이라는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흐름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막 행사를 비롯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들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관람은 네이버를 통해 사전예약을 해야 가능하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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